걷다

캄보디아 세번째 이야기

호랭Horang 2007. 4. 2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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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얼마만에 쓰는 3편이냐... 여행 다녀온지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간다. 나의 게으름이란. 
어쨌거나 사진들과 여행안내서, 약간의 메모들, 그리고 전혀 믿지 못할 내 기억력에 의존하여 한 번 써보도록 하겠다.

3일째. 오늘은 일출을 보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타고 갈 뚝뚝이는 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새벽에 나가보니 뚝뚝이 기사가 아침에 늦을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아예 호텔 앞에서 자고 있다. 이런 Professional 정신으로 무장한 뚝뚝이 아저씨 같으니라구! 춥지 않은 곳이라 입돌아갈 걱정은 안되지만 왠지 부시시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측은하기도 하다.


어둠 속을 뚫고 앙코르와트로 모여드는 사람들





아침을 먹고, 앙코르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반띠아이 쓰레이로 향했다. 반띠아이 쓰레이는 규모는 작지만 앙코르 유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이다. 앙코르에서 복원작업을 했던 프랑스 건축가들은 이 사원을 "보석"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동중인 동행들. 두 사람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여행이 되었다.
그렇지만 뚝뚝이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한 시간이나 가는 것은 정말... 엉덩이 아프다.




돌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마치 나무에 조각을 한 듯 정교한 기술이다.




프랑스 소설가 말로가 사원의 주요 조각들을 도굴했다가 들통나는 바람에, 당시 프랑스 정부는 이 사원을 시급히 복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베트남 여행기에서도 한 번 쓴 적 있지만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정말 정이 가질 않는다.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이라고 해도 하여튼 하는 짓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어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화려한 승려복 색깔과 조용한 담장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반띠아이 쌈레로 이동했다. 이 곳은 다른 사원들과 조금 떨어져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나름대로 조용한 곳이다. 그렇지만 이 곳에도 여전히 차량이 서는 입구에는 기념품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과 손에 팔 물건을 잔뜩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말까지 하던 앙코르톰 근처의 아이들과는 달리, 이 곳은 관광객들이 뜸한 시골(?)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말은 잘 하지 못한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도 원달러,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어도 대답은 원달러다.


소연씨는 오늘 아이들 준다고 사탕을 들고 나왔다.
주는 건 좋긴한데 얘네들 양치질도 잘 안해서 이빨 썩을텐데... -.-;


여기에서 엽서를 팔고 있는 사이맛(혹은 "사이만"인지도 모르겠다.)이라는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 처음에는 엽서를 사달라며 우리에게 왔다가 나중에는 구경하는 도중에 계속 따라다니며 웃어주었다. 우리를 친구로 생각한 모양이다. 이 조그만 녀석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영어도 무척이나 잘 했다. 사이맛을 보면서 어제 만났던 그 닳고 닳은 장사꾼 아이들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했던 안타까움을 느꼈다. 더 좋은 곳에 태어났더라면 이 아이의 인생은 얼마나 크게 바뀌었을까.


착하고 똘똘한 소녀 사이맛


반띠아이 쌈레의 외관은 앙코르와트를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고, 특히 중앙탑 모양은 더 흡사하다. 실은 반띠아이 쌈레 외에도 동바라이에서 한 두 곳을 더 들렀는데, 사진만 봐서는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이래서 바로바로 써야하는 건데... 쩝


반띠아이 쌈레로 들어가는 입구. 붉은 라테라이트 통로가 보인다.
뒤돌아 보고있는 나 ^^






앙코르로 돌아오는 길. 시원하다~



앙코르 가는 길에 있던 건물. 지나가면서만 보아서 용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밤에 되면 불이 켜져서 아름답다.


오늘도 역시 점심을 먹고 조금 휴식을 취하다가, 아침에 잠시 일출을 보러 갔었던 앙코르와트로 다시 향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지 중 개별 사원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크메르 예술양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건축된 것으로 구성, 균형, 설계기술, 조각과 부조의 완벽함을 자랑한다.


하늘, 예술이다.




앙코르와트는 수리야바르만 2세 집권초기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약 30년이 걸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곳은 왕의 생전에는 신을 섬기는 사원의 역할을 했다가 사후에 무덤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왜냐하면 다른 사원들은 입구가 동쪽이지만 이 곳은 반대로 서쪽 방향으로 되어있으며, 회랑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게끔 되어있는 것도 힌두교의 장례절차와 동일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가슴을 너무 심하게 만진 것 같다. 변태들같으니라구. ㅡ,.ㅡ



천정과 벽에 빼곡하게 조각이 되어있다.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다.




각각의 부조들은 대 서사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
힌두교나 앙코르 사회에 대해 사전지식을 갖고 있어야 이해가 가능할 듯





다른 앙코르 유적들과 마찬가지로 계단은 매우 가파르고 좁다.
계단을 기어오르면서 거의 울상이 되었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아찔하다.


앙코르와트는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을 건축물로 표현한 것으로 '돌로 만든 우주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중앙탑이 있는 3층은 천상계를 상징한다. 중앙탑은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불교의 수미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주변의 네 탑과 함께 메루산에 있는 커다란 다섯 봉우리를 나타낸다.



저 높은 곳에서 무슨 기도를 하고 계실까?


등반(?)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잠시 휴식을 취할 겸해서 그늘에서 콜라를 한 잔씩 마셨다. 이제 잠시 후에는 일몰을 보러 프놈바켕에 올라간다.


콜라파는 곳에 있던 아이들. 애가 애를 키운다...


프놈바켕은 67m 높이의 언덕 위에 위치한 사원으로 일몰이 아름답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는다.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조금 일찍 올라갔다. 높은 곳이라 주변의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천천히 자리를 잡고 바람을 쑀다. (나는 걸어갔지만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정상까지 왕복하는 코끼리를 이용해도 좋을 듯 하다.)



일몰을 보기 위해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석양을 뒤로 하고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시엠리업에는 북한사람들이 운영하는 평양냉면집이 있다. 서울에는 없지만 캄보디아에서는 먹을 수 있는 메뉴, 평양냉면이라니. 진짜 북한사람들이 나와있다고 하여 호기심 반, 더운 날씨에 냉면 먹고 싶은 맘 반으로 평양냉면집을 찾아갔다.
번화가에 있지 않았지만 도착하고 나니 한국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아마도 패키지 단체 여행시에 들르는 코스인 것 같다. 그 중에서 외국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솔직히 음식맛은 그저 그랬고, 북한 언니들이 나와서 정말 쌩뚱맞은 공연을 하는 것이 가장 인상깊었다.



놀라울 따름. 진분홍 유니폼에 초등학교 때 했을 법한 매스게임과 부채춤.
가야금 연주는 좀 좋았다. 손이 너무 빨라서 찍은 게 다 흔들린 관계로 사진은 생략.



이렇게 셋째 날이 저물어가고 어느 덧 여행은 절반을 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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