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캄보디아 두번째 이야기

호랭Horang 2006. 7. 1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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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2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쉰다고, 아니 쉬어야만 한다고 한다. 너무나 날씨가 더워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도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앙코르 유적지 내 뿐만 아니라 어디에 가든지 책이며, 목걸이, 팔찌, 피리, 음료수 등을 파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하도 매달려서 움직이기가 어려울 지경일 경우도 있다.
계속 따라오는 아이가 하나 있어 내가 가진 볼펜을 주려고 너 볼펜 가질래, 했더니 못알아들은건지, 싫은건지 인상을 찌푸린다. 냉큼 달라고 하지 않는 걸 보니 별로 땡기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은 계집아이 하나가 눈치 빠르게 손을 들더니 "go to school, go to school!" 한다. 자기 학교 가니까 볼펜 달라는 이야기다. 똘똘해 보이고 너무 귀여워서 볼펜을 주었더니 주변에 있던 애들이 벌떼같이 몰려들며 go to school 을 외친다. -.-; 가진 게 네 자루 밖에 없었는데 다 주고 왔다. 내일은 호텔에 있는 것까지 다 갖고 나와야 겠다. (혹시 다음에 여행할 일이 있으신 분은 아예 한국에서 모나미 볼펜을 한 박스 사와서 이 아이들에게 주면 좋을 것 같다. 참조하시라고...)



어린 나이에 생계로 내몰린 아이들. 애네들은 5개 국어는 기본으로 한다.
특히 영어는 서바이벌 수준을 넘어서서 엄청 유창하게 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쁘리야빨리라이로 가기 위해 오솔길로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아니라 매우 조용한 곳인데 찾다가 우리도 모르게 길을 잘못들어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 버렸다. 유적지 내부에 민간인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니...

여기에서 만난 아이들 역시 구걸에 너무나 익숙하다. "원달러"라는 말이 거의 입에 붙어있다. 길을 하나 물어봐도 원달러,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해도 원달러, 그냥 옆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김미원달러... 불쌍하기도 하고, 하도 달라고 하니 얄밉기도 하고... 


이 곳 원주민들의 집. 지열을 직접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은 모두 이렇게 다리(?)를 갖고 있는 오두막 형태.


내 옆에 계신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분이 초등학교 선생님 소연씨. 원주민 아니시다. ^^;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카메라를 들이대면 곧장 표정을 밝게 하지만 들릴락말락하게 원달러 하면서 손을 내민다.
볼펜줄까 했더니 인상을 쓴다. 사내아이들이란... 어쨌든 찍는 마음이 영 편치는 못했다. 만감이 교차.

원주민 마을을 빠져나와 쁘리야빨리라이와 코끼리테라스, 문둥이왕 테라스를 구경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너무나 더웠다. 거의 탈진 상태에까지 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




구경하고 오솔길이 다시 거슬러 걸어나오면서 다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났다. 한적한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를 보더니 냉큼 따라 붙는다. 한국사람인 걸 어찌알고 "온니야, 너무 예뻐요. 이거 천원, 세 개 천원" 한다. 별 반응이 없어보이자 점점 숫자가 올라가서 나중엔 10개 천원이라고 한다. 연신 언니, 언니 하면서...
벌써 너무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이력이 난터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 중 두 아이가 집요하게 100미터도 넘게 계속 따라온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가방 속에 들어있던 반팔 면티를 주었다. 그러자 표정이 밝아지며 돌아서서 자랑스럽게 옷을 자기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흔들어 보이며 간다. 그러자 그늘에 앉아있던 막내로 보이는 작은 여자애 하나가 쭈뼛쭈뼛 하며 오고 싶어한다. 오라고 손을 내밀었더니 저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온다. 남은 티셔츠 하나까지 다 줘버렸다.


"언니야~"를 외치며 멀리서부터 뛰어와 티셔츠를 얻어간 막내


우리가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세 자매들

뚝뚝 아저씨를 만나기로 한 코끼리테라스는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라 정말 힘들었다. 얼른 점심을 먹으러 가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점심을 먹은 곳은 시내에 있는 Blue pumpkin이라는 식당이다. 에어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식당을 찾아갔는데 너무 놀라운 것은 Wi-Fi가 된다는 것. 정말 알 수 없는 도시이다. @.@


밖에서는 1달러를 외치는 거지들이 즐비하고 바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별천지-.-;

점심을 먹고 나서 호텔로 가서 땀닦고 잠시 쉬다가 2시쯤 다시 숙소를 나섰다.
오후에는 앙코르 북부를 둘러보고 나서 동바라이(East Baray) 쪽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택했다.
앙코르 북부의 건축물들은 규모가 다른 사원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이고, 그다지 큰 감흥도 없는 편이었다. 아직 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더위에 지쳐서 열심히 못본 탓일수도 있겠다. → 자세한 내용이 기억이 안남 ^^;
쁘리아칸(Preah Khan) - 니악 뽀안(Neak Pean) - 따 쏨(Ta Som)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이것으로 첫날 코스가 다 끝났다.
오늘은 압살라댄스를 볼 수 있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12를 내면 부페에 압살라공연까지 볼 수 있는 야외 식당이다. 부페는 생각보다 너무 맛이 없었다. -.-; 날이 너무 더운 탓에 점심 때와 같은 시원한 실내를 은근 기대했건만 외부라서 우선 너무 덥고 어두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고, 음료수만 계속 먹혔다.






어제는 정신이 없고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 들어와서도 별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은 망고스틴이랑 그 똥냄새 진동하는(!) 열대과일의 황제라는 두리안도 먹고 과일파티를 했다. 이 곳은 그야말로 과일의 천국이다! 완전 피곤한 하루... 5월 6일의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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