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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호랭Horang 2007. 9. 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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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다소 도발적인 이 제목은 사실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하고 중요하다. 나와 전혀 다르게 살아온 타인과 결혼이라는 울타리로 들어가 함께 살아가는 것, 쉽지 않은 결정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용감하게 그 선택을 감행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 침대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가 하는 회의가 드는 순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았다면 이 질문은 충분히 의미심장하다.

길게는 5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한 사람과 살면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몇 명이나...?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을진대, 결혼이라는 제도를 한 사람의 인생에 끌어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 사회의 관습과 통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특히나 이 질문은 흥미롭다. -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런 문장을 쓸 때마다 난 무척 망설여진다. 나는 독신주의자도 그렇다고 결혼 예찬론자도 아닌, 그냥 그 중간 어디쯤엔가에서 나대로 살려는 한 종류의 사람일 뿐인데 이런 말을 하다보면 내가 마치 결혼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투사가 되는 것 같아서 영 찜찜하다. - 이야기가 잠시 딴 데로 샜는데, 어쨌거나 저 질문은 묘하게 눈길을 끈다.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사랑 또한 흥미있었다. 
사랑은 맞추어 가는 것이 아니다. 나와 맞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내 옆에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 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와 처음부터 맞지 않는 사람과 너무 많은 부분을 '맞추어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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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변하는 것이다. 가슴아픈 말이다. 그러나 머리로는 이해도 되는 말이다. 

철석같이 믿고있던 내 마누라의, 내 남편의 그 사랑이 변할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나는 늘 궁금했고 또 고민했다.

영화 속 사랑의 결말이 가장 현실적인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고민의 깊이, 의문에 대한 갈증, 영화 제목에 대한 기대, 중반부의 깔끔한 사랑의 전개방식에 비해 결말은 다소 무책임하고 싱거웠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지 않다면 헤어져라...?

영상도, 음악도, 스토리도 - 적어도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 모두 세련된 영화이니,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감독 : 정윤수(2007)
출연 : 엄정화, 박용우, 이동건, 한채영, 최재원

'07. 8. 19
동백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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