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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TV관련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나는 실은 거의 TV를 보지 않는다. 아니, 않았었다. TV를 보는 행위 그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퇴근도 워낙 늦어 일정한 시간에 뭔가를 본다는 것이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고 요즘 밤늦게까지 TV채널 돌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남자의 여자. 거참, 제목부터 얄궂다.
요 드라마는 처음부터 챙겨보진 않았다. 중간중간 건너뛰어 너댓편 정도를 본 것 같은데, 뭐 중간에 몇 편 빼먹어도 대충 이야기는 연결되더라. 그럼 열심히 보지도 않은 드라마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어 그러느냐. 요부로 변신한 김희애의 연기라든지, 아줌마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하유미의 격투기라든지, 언제나 그렇듯이 자극적인 김수현의 대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착한 아내 지수(배종옥)에게 있어 세상의 중심은 준표(김상중)였다. 순진한 화영(김희애) - 순진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분 계실줄로 알아 부연설명 달자면, 여기서의 순진함은 계산할 줄 모르고 바보같이 하나만 따라간다는 의미로 이해바람 - 에게 있어 준표는 삶의 희망이었다. 지수는 준표를 위해 자신의 삶을 버렸고, 화영은 준표와의 사랑을 위해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알량한 준표는 그 어느 것도 놓지 않았다. 착한 아내에게 넙죽 넙죽 다 받아먹고, 화영과 바람나서 나가살면서도 아내에게 "샌드위치 장사같은 건 허락(!)할 수 없다"며 당당히 말할만큼 뻔뻔하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가족에게도 술집여자보다도 못하다는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자신을 택한 화영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이 정관수술을 한다. 핑계는 아들(경민)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과 두 여자 사이에서 껄끄러워질 자기의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닌가. 그는 덜 포기했으며, 덜 희생했다. 권리는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았다.
결국 지수와 화영은 모두 이 남자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놀아나고 상처입은 셈이다. 준표도 벌 받았나? 자신의 엄청난 이기심과 뻔뻔스러움, 양심없음, 무배려에 비하면 결론은 그에게 너무 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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