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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호랭Horang 2007. 6. 1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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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다 보니 진심이 되어버렸구나."

'스캔들'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미숙의 요부 역할에 대해서 사람들이 극찬을 할 때, 그리고 첫장면에 나오는 배용준의 탄탄한 허벅지에 대한 감탄을 들었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요부의 사랑게임 이야기 이거나 상류층의 어두운 이면을 풍자한 영화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본 스캔들은 섹스도 아니요, 사랑도 아니요, 풍자도 아니요, 에로티즘을 빙자한 사회비판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스캔들은 질투와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관한 씁쓸한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이다.

조씨부인은 남편의 16세 소실을 질투하고, 조원의 사랑이 된 숙부인 정씨를 질투한다. 조원은 자신의 오랜 사랑인 누이와 관계한 권도령을 질투하고, 숙부인 정씨의 시동생은 형수를 가진 조원을 질투하고, 권도령은 첫사랑 소옥과 통한 조원을 질투하고... 질투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소."

질투라는 감정은 악마같은 것이어서 질투의 대상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파멸시켜 버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이 질투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무엇인가를 잃게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가질 수 없을 때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질투를 낳게 된다. 그리하여 도도한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조씨부인마저도, 가질 수 없는 것은 부숴버리고야마는 질투의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이 두려움.

조원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은 조원을 진정 사랑했던 조씨부인의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갖고 싶다는 욕망이 두려움으로 화하는 그 찰나의 순간, 파멸이 예고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밖에 또 어찌할 수 있으랴.

감독 : 이재용(2003)
출연 :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 조현재,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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