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나라와 국민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이 한몸 바치리다

호랭Horang 2009. 4. 16. 21:16
반응형
PD수첩 김보슬 PD가 "결혼을 나흘 앞두고" 체포되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 사진은 방방곡곡 또 퍼져나갔다. 왜 우는가? 공권력의 만행을 폭로하기 위해서? 언론의 탄압 앞에 맞서기 위해서?
아니다. 그녀는 연기를 하고 있다. 그게 아니면 착각을 하고 있다.

온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광우병 파동. 그녀는 그 집단 광기를 생산해내고 그 안에 사람들을 밀어낸 장본인 중 한사람이다. 쇠고기 수입을 반대할 수도 있지 않냐고? 지당하다. 우리나라는 자신의 의견을 자신있게 개진할 수 있는 민주국가이다. 그러나 PD수첩이 만들어낸 "미국산소=광우병"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강렬했던 나머지, 그 사이비종교적인 패닉 상태 앞에서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었다. 촛불시위에 찬성하고 참여하면 나라와 국민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는 것이고,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순간 매국노의 딱지가 붙었다. 나는 내가 그 때 외국에 있기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광기였고, 공포였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한다는 집단주의에 진저리가 났다.

기본적으로 언론 이슈에 사법이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네르바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PD수첩도 마찬가지다. 이번 이슈 역시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어이없는 MB정권의 언론검열이다. 자택압수수색이 웬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PD수첩 문제를 개인간 명예훼손 사건이 아닌 "사법의 주제넘은 정의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MBC와 PD수첩이 "선동"이 아닌 "보도"를 했다면, 아니 그 후에라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갈 일이었을까. 설사 이렇게까지 갔다손 치더라도 만약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했었더라면, 결혼을 나흘 앞둔, 가장 행복해 보여야 할 한 젊은이가 흘리는 눈물이 조금은 불쌍하거나 가련하게 보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 사과를 받아들인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말이다.

제발 이제 쇼는 그만 보고싶다. 만약 쇼가 아니라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면 이것은 더더욱 심각한 문제인데, 제발 이제 착각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런 걸로 왈가왈부 하는 것도 피곤하단 말이다.



반응형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TV] 일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일본 TV방송  (0) 2009.09.24
Korea is gay  (3) 2009.09.14
오늘, 혹은 오늘이 아닐지도.  (1) 2009.04.25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0) 2009.02.06
잘하고 싶다  (1) 2008.11.21
융드옥정 여사의 화법  (4) 2008.02.05
2007년, 한 해를 보내다  (5) 200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