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Korea is gay

호랭Horang 2009. 9. 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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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의 재범이 한국을 떠난지 일주일이 되었다. 4년동안의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어렵게 꿈을 쫓아왔던 그는 이 일이 터진지 4일만에 "요즘 대세"라 불리웠던 2PM을 탈퇴하고 쫓겨나듯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애국심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또 하나의 광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또야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 폭력성과 불감증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1987년생인 재범은 2005년에 18세, 우리나라로 치면 고3 또는 대학 신입생의 나이였다. 대한민국은 모국이긴 했지만, 한국말도 서툴었고 한국이라는 환경은 그에게 낯선 것이었다. 그런 낯선 곳에 와서 불투명한 미래를 기대하며 연습생으로서 살아가기가 과연 녹록했을까.
그런 철없던 어린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던진 한마디, 그것도 공식적으로 언론에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사적으로 개인의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옛날 얘기를 이제 끄집어내어 공격하는 대중들의 행태가 기가 막힌다. 혹시 다들 초딩인거냐.

재범을 욕하던 네티즌들은 다들 자신의 싸이 미니홈피, 블로그부터 살펴보라. 푸념 한 줄 없이 당당한가. 정치, 경제, 사회의 돌아가는 꼴이 맘에 들지 않아 던졌던 비방 한 줄 없는가. 내가 하면 건전한 비판이고 남이 하면 한국비하? 왜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는 손가락질 하지 않는가.
그것은 그런 사람들보다 재범이 소위 "잘 나가는 스타"였기 때문이다. 치솟는 2PM의 인기를 시기한 누군가가 그들의 흠집을 잡으려고 파헤치고 파헤친 끝에 건진(!) 눈꼽만한 떡밥을 덥석 물고 장단을 맞추며 그를 끌어내리는 정신나간 대중들과 그것을 재생산하는 언론의 사냥에 또 한명의 젊은 아티스트가 제대로 낚인 것이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끌어내리고 보자는 비겁한 열등감이 합리화되는 이상한 사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 정도도 감싸주지 못하는 여유가 아쉽고 씁쓸하다. 설사 정말 재범이 어린 시절의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한국을 비판해야겠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생각하고 그 글을 썼다손 치더라도, 김C의 말처럼 '그렇구나, 쟤는 저런 식으로 얘기하고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라고 그냥 그렇게만 받아들이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왜 애국자 아니면 매국노가 되어야 하는건가.

이번 사건은 법적인 문제도 아니고, 그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도 아니다. 단지 어린 시절의 치기로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일기장에 투덜대듯 올린 낙서 그것 뿐이었음에도 재범은 우리들에게 사과했다. 이제는 대중과 언론이 재범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재범은 당당히 2PM의 맨 앞자리로 돌아오게 되길 바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야말로 한국이, 한국사람들이 넌덜머리 나게 싫어진다. Korea is gay. 아, 비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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