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TV] 일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일본 TV방송

호랭Horang 2009. 9. 24. 01:10
반응형

일본에 갔을 때, 처음엔 TV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TV를 구입하지 않았었습니다. TV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지만, 일단 회사에서 매일 보이는 TV가 PDP, LCD같은 Flat Panel TV이다보니 눈만 높아져(?) 뚱뚱한 브라운관 TV에는 아무래도 눈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싸더라도 말이지요. 그래서 LCD TV를 중고로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한동안 TV를 사지 않은 채 중고 가전상과 인터넷을 수소문 했습니다만, 역시 마음에 드는 녀석은 없더군요. 그러면서 2개월이 지났습니다.

"일본어를, 일본문화를 공부하러 와서 TV조차 없이 산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주재원 선배님의 따끔한 질책을 듣고나서야, 아... 내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더군요. 큰 맘을 먹고 20" LCD TV 새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 "큰맘먹고 20"라 하여 웃길지 모르겠지만, 백수주제에는 사치에 가까운 금액이었음 - 그렇게 해서 초기정착 2개월만에 구매한 TV는 저의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TV 없이 살았던 첫 2개월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특히나 정착 초기, 많은 것을 빨리 배울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며 훌륭한 교재인 TV의 존재를 무시했던 것이 말입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드라마는 많이 보지 않았습니다. 이미 완료된 드라마는 한번 보기시작하면 그 다음 회가 궁금하기 때문에 전부 다운받아서 연속하여 끝까지 봐버리게 됩니다. 특히 저와 같은 의지박약형의 경우는 자유로운 백수생활 속에 폐인되기 쉽상입니다. 게다가 제가 일본에 있던 동안 방영했던 드라마들 중에는 소위 말하는 "대박작품"이 많지 않았던 터라 드라마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일상생활 용어는 일본인 친구들을 직접 만나서 연습하면서도 배울 수 있으니, TV에서는 다른 과목(?)을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 후로는 집에 있는 시간은 TV를 보든 보지않든, 듣는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켜놓고 있었습니다. 한국어 방송은 굳이 귀기울여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흘려듣는 와중에도 내용이 다 귀에 들어오듯 언젠가는 일본어도 내가 굳이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물론 그런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만, 덕분에 여러가지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알게 되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개인의 기호와 취향, 관심분야에 따라서 제가 추천하는 프로그램들이 전혀 취미에 맞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일본을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공유드리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캄브리아 궁전(カンブリア宮殿)

소설가 무라카미류(村上龍)가 진행을 맡고 있는 토크쇼입니다.
최초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캄브리아기 이후로 5억5천만년, 우리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경제의 대변혁 속에서 미래를 위해 진화하고자 하는 경제인들을 초청하여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 하여 제목이 캄브리아 궁전이라네요. 게스트의 대부분은 화제가 되고 있는 경영인들입니다. 그들이/그들의 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고, 또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내었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화두와 메세지를 던집니다.

사실 이 시간대에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그룹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SMAP의 전체 멤버가 출연하여 진행하는 SMAPxSMAP(스마스마, 후지 테레비)라는 초강력 프로그램이 방영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SMAPxSMAP을 꽤 즐겨봤으나, 캄브리아 궁전의 매력에 빠진 뒤로는 SMAPxSMAP에 대한 흥미가 급감해버렸습니다.
(방송 ☞ 매주 월 22:00~, TV TOKYO)


News Zero

모든 정보는 0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의 뉴스 제로. 제목처럼 이 프로그램에서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일본사회에 대한 공부를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의 멤버가 고정패널로 출연하여 어려운 용어나 개념에 대해서는 다시 질문하곤 하는데, 혹자는 그의 질문을 두고 "그게 바로 내가 궁금했던 점"이라며 가려운 곳을 딱 긁어준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정치/경제 등 딱딱한 주제나 전문용어 등도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뿐만 아니라 문화나 스포츠 등의 분야까지도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게에 눌리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방송입니다. 
(방송 ☞ 월~목 22:54~, 금 23:55~, 日TV)

 

아메토크(アメトーク!)

일본의 개그 프로그램은 두명이 콤비를 이루어 만담을 진행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만담이라는 것은 워낙 말이 빠른 데다가 어휘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면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은 역시 웃음의 포인트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할지 잘 모르겠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 버라이어티 방송 중에서는 음담패설 일색이거나 출연자를 바보로 만들면서 웃기는 프로그램도 많아서, 순간적으로는 웃으면서 보고 있어도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는 즐거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즐거운 버라이어티 방송이 바로 아메토크입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자신있다는 개그맨들이 나와서 자신만의 노하우나 정보, 에피소드 등을 소개합니다. 가전제품 개그맨, 축구 개그맨, 낚시 개그맨 등과 같이 어떤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개그맨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편들도 있지만, 그 밖에도 "학창시절 인기없었던 개그맨", "카레라이스 먹는 방법에 통달한 개그맨 - 일본에서 카레는 거의 국민음식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카레 안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 ", "회식자리 분위기 띄우기 개그맨" 등의 기상천외한 분야의 주제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설명하는 사람들이 개그맨이다보니 기본적으로 말빨이 대단하면서도 동일 주제에 대한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송입니다.
(방송 ☞ 매주 목 23:15~, TBS)


World Business Satellite(ワールドビジネスサテライト)

이 방송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세계 각 국의 경제관련 이슈에 대한 정보를 차분히 전달해줍니다. 그날그날 이슈가 되는 "톱뉴스", 특정 테마에 대해서 심도깊게 취재하는 "특집", 주식/환시장 상황 정보를 알려주는 "마켓", 화제의 신상품을 소개하는 "트렌드달걀(トレンド卵)" 등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 위에서 소개한 News Zero와 시간대가 겹친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방송 ☞ 월~금 23:00~, TV TOKYO) 



TV라는 녀석은?(テレビってやつは?)

이 방송은 희대의 인터뷰 기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쿠메 히로시(久米宏, 아래 사진)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초대, 그러나 뉴스 등 다른 방송에서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여 "현재의 일본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잊어서는 안되는 것을 발굴해내는 작업을 통해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진리를 찾고싶다는 것이 이 방송의 목적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정치/경제/스포츠/예술/개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이슈가 될 만한 사람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이야기를 진행해갑니다. 사실 희대의 인터뷰어라는 별명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터뷰에 능한 것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방송 ☞ 매주 수 22:00~, TBS)

 

이상이 제가 특히 즐겁게 봤던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프로그램들 중에는 우연히도 NHK의 방송이 없었지만 실은 NHK에서는 다큐멘터리 등을 자주 방송해주므로 눈여겨보신다면 좋은 프로그램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일본 방송을 볼 수 있나요? 계속 보고 싶은데 가능한지 모르겠군요. 참, 그리고 이건 6개월 전 방송시간 기준이니 지금도 동일시간대에 계속 방송중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

반응형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의 작전  (10) 2009.10.24
가벼움  (4) 2009.10.10
사랑하기 좋은 계절  (7) 2009.10.09
Korea is gay  (3) 2009.09.14
오늘, 혹은 오늘이 아닐지도.  (1) 2009.04.25
나라와 국민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이 한몸 바치리다  (0) 2009.04.16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0) 20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