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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임감이 강하다, 아니 책임감에 집착이 있다. 그래서 이 망할 놈의 책임감이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다.
한 개인이 특정 집단에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족이라는 집단에게 느껴야하는 이 근거 모를 빚진 듯한 감정의 정체는 개인의 의사 결정에 간섭하고, 개인을 지배하고, 개인의 자의식 속을 스멀스멀 파고드는, 과히 유쾌하지는 않은 종류의 느낌이다. 가족을 수많은 집단 중 하나쯤으로 규정하는 것조차 금기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서 이안 감독의 영화가 좋다.
잭과 에니스는 20년의 긴 시간 동안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사랑이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두려워 다른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고 위장된 삶을 살아간다. 특히 에니스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책임감을 빙자한 도피 - 이는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주입되어온 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의 댓가이다.
아무도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는 대안이 있었음에도 선택하지 못했다.
가족은 힘이자 짐이다.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요하고 있다.
감독 : 이안 (2005)
배우 :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미셸 윌리암스, 앤 해서웨이, 랜디 퀘이드
여유있는 오후, 오랜만에 시네큐브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호사를 누리다.
20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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