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너무나 즐거워보였던 오후 풍경 하나

호랭Horang 2003. 12. 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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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사람들과 약속이 있어 학교 앞에 갔었습니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낯익은 거리에 서서 좋은 사람을 기다리는 기분은 항상 상쾌합니다.

기다리고 있는데 풍선과 리본으로 꽃단장을 한 결혼식 승용차 한 대가 제 앞을 지나가더군요.
신랑 신부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선루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서있었습니다.
신부는 매우 쪽팔린 듯 했습니다.

'학교에서 결혼을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만보니 그 뒤를 9대의 승용차가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전부 다 리본을 두르거나 아니면 안테나 끝에 작은 표식을 달고 말입니다.
다들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는 친구들인 것 같았습니다. 세차도 안한 꼬질꼬질한 차들을 끌고 줄줄이 가더군요.

그렇게 학교 한 바퀴를 돌더니 (참고로 이것은 학교 안에 돌데라곤 기숙사와 주차장 밖에 없는 KGSM 이야기가 아니고 그 옆 경희대에서 본 것... -_-;)
다시 10대의 차가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가더군요.
이번엔 신랑 신부의 얼굴은 안보였습니다.
쪽팔려하던 신부가 결국은 신랑을 주저앉힌 모양입니다.

울트라 익스펜시브 럭셔리 엘레강스 파티가 아니더라도
그저 기분 좋게 축복해 주는 방법을 알고, 그 축하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
즐거움을 즐겁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
그렇게 사라져가는 10대의 고물 자동차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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