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아쉬운 작별인사

호랭Horang 2006. 5. 1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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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아쉬운 작별인사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내인생의 영화 시네코아입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마지막주입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시네코아를 변함없이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과
회원여러분께 우선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코아아트홀에서 출발하여 제 3세계 영화, 예술 영화 등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들을  
상영하고자 노력했던 시네코아가 경영상의 이유로 2006년 6월30일 자로 폐관하게
되었습니다. 긴 역사와는 상반된 짧은 이유이지만 많은 이별들이 예고 없이 찾아오듯  
시네코아도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게 되었습니다.

시네코아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그 이상이었습니다.
인생에 쉽게 만나지 못할 감동의 영화를 상영하는 곳, 때로 한가한 오전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영화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많은 멀티플렉스 속에서도 영화
본연의 색깔을 간직하고자 노력한 곳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시네코아의 짧은 입맞춤은 끝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의
열정만은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토토의 기억속에 알프레도가 영원히
남아있는 것처럼 사라지지만 지워지지 않는 시네코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2의 제3의 시네코아, 코아아트홀이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시네코아를 사랑하시는 4만여 회원여러분과 찾아주신 관객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회원님들의 소중한 시네코인은 6월30일까지
소진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4월 24일 시네코아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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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코아가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관하게 된다고 한다. 2003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코아아트홀에 이어 다시 또 하나의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요즘은 옛날만큼 영화를 자주 보러 다니지 못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코아아트홀은 나에게는 나름대로 특별한 곳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니기 시작할 무렵 - 그 때까지만 해도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나에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 작고 아늑한 분위기의 코아아트홀은 잔뜩 주눅들어 있던 나를 편안히 맞아 주었었다. 아마 그 영화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였던가... 어쨌든 그 당시는 멀티플렉스가 지금처럼 판을 치던 시절이 아니어서 대한극장이 제일로 큰 극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방학 때 학원이다 뭐다 돌아다니면서 종로 골목을 휘젓고 다닐 때 코아아트홀은 오갈데 없던(?) 우리를 받아주었던 아지트였다. 코아아트홀이 없어졌을 때 나의 추억의 장소가 하나 없어진 것 같아 아까운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엔 시네코아까지 문을 닫는다니... 쩝, 시네코아는 무비어 시절에도 몇 번 가서 영화를 봤던 곳인 것 같다. 무비어가 한창 왕성한 활동 중일 때(ㅋㅋ) 하루에 두 개의 영화를 본 일이 있었는데 그 중 두 번째로 우리가 방문한 극장이 아마 시네코아 였을 거다.

시네코아의 폐관소식은 현 한국 극장계/영화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아트플러스 극장 선정 등 최근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개별극장이 자구책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대형자본 베이스에 막강한 거대 배급사를 등에 업고 급속 팽창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의 아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화사 백두대간의 이광모 감독이 광화문 시네큐브를 오픈하고 <아름다운 시절>을 상영할 때 무대에 나와서 한국영화 산업의 새로운 중추가 되어 보이겠다며 인터뷰를 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같이 나름대로 개별극장에 애착이 있다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관객 조차도 그 극장에 발길을 자주 돌리지 않고 관심을 많이 갖지 않았는데, 막상 없어진다고 하니 이제와서 무슨 뒷북이냐 하시겠지만 그래, 그 점은 반성한다. 어쨌든 아쉽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이 많이 더 아껴주어 시네큐브도 그렇고 하이퍼텍 나다도 그렇고 계속 자기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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