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선거에 대하여

호랭Horang 2006. 5. 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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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얼마 남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바로 내일, 코 앞까지 다가왔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직 누구를 뽑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내 홈페이지에서 글을 가끔 읽으신 분이라면 내가 누구를 지지하고 싶어하는지는 대강 감이 잡히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소위 '부동층'의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강금실 아줌마가 공공연히 "당을 보고 찍지 말고, 저를 보고 찍어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 김두관 최고위원이 정동영 의장이 책임을 지고 선거 전에 거취를 결정하라, 는 발언을 하여 문제가 되었다. 선거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할지 말아야할지는 선거가 끝난 후에 명확해질 것이므로 김위원의 발언은 경솔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은 한다. 김위원 뿐만 아니라 강금실 후보도,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겠지만 생각만 하는 것과 입밖으로 내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이므로. 어찌 되었든 왜 열린 우리당은 선거 직전에 내부에서 저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 만큼 수세에 몰려있는 것일까?

지난 번 선거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선거 결과를 보고 열린 우리당 내부에서도 원인 파악에 힘썼을 것이고, 답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므로 충분히 알아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번에 같은 문제로 다시 고전하는지.

열린 우리당은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대해야 한다.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여의치 않다. 국민들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더 이상 실망시키고, 아니 실망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괴롭히는 것은 이제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역사는 지금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평가받는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뒤돌아보았을 때 노무현 정권과 열린 우리당의 공적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국민들은 이미 너무 많이 실망해 버렸다.

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한나라당은 "역시 민심은 우리를 향해 있다"고 자축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절대로 주의하여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자만심이다. 국민은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하는 짓이 갑자기 별나게 이쁘고 사랑스러울리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 선거 자체보다도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 여야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흥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성하는 모습 없이, 결과와 원인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모습 없이 서로 목소리만을 높이고 책임소재를 추궁하는 예의 그 모습들을 제발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너무 이야기가 황희 정승같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정치권에 그 이상의 성숙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되어도 나는 기꺼이 박수를 쳐주겠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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