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4시 44분

호랭Horang 2007. 9. 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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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 사건의 많은 단서들을 PC내 이메일에서 발견했다고 하여, 최근 PC에서 과거 문서들을 완벽하게 지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다. 어제 받은 안철수 연구소의 메일에 따르면 PC에서 과거 데이터를 지우려면 거기에 새로운 것을 덮어 씌우면 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어떤 사람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영화를 용량 꽉 차게 잔뜩 다운받아 버리면 된다고.

『칼잡이 오수정』이라는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이상하게도 오수정이 시계만 보면 4시 44분이다. 벌이는 없고 맘은 좋아서 맨날 사기만 당하는 아빠에 치매걸린 엄마, 돈 쓸 일만 창창하게 남은 어린 남동생, 월급도 몇 개월째 안주는 나쁜 사장. 말만 들어도 답답한 이 모든 일들이 자신에게만 유독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자기가 워낙 재수가 없는 팔자이기 때문이며, 이 증거가 4시 44분이라는 숫자인 것만 같아 이 시간에 시계를 볼 때면 정말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정에게 이 말을 들은 만수는 4시 44분에 수정에게 뽀뽀를 해준다.
"어, 4시 44분이다. 이제 4시 44분 봐도 기분 나쁘지 않겠지?"
.
.
.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 아니, 다른 무엇인가로 덮어씌워 버리는 것.
4시 44분이라는 숫자를 볼 때 이제까지 떠올랐던 것과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

인간의 기억에도 똑같이 해당된다면
참 편리한, 그렇지만 약간은 슬픈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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