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어떻게 늙어가고 싶습니까

호랭Horang 2007. 5. 3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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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생인 포르투갈의 영화 감독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는, 그러니까 올해 백살인 그는 여전히 영화를 찍고 있다. 어느날 올리베이라가 입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서 걱정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병원의 예쁜 간호사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서 꾀병을 낸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백살이다. 그는 늙었을까?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젊은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를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의 삶에 열정적이고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많아보인다. 물론 직업의 특성상 좀 더 그런 면이 필요할 수도 있고, 또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유난히 부각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꼭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실 우리 주변에는 무엇인가에 살짝 미쳐있는 사람들이 많다.

훌륭한 기업의 경영자 중에서도 위의 사람들처럼 젊은 심장을 가진 사람들의 부류가 많다고. 그렇다면 CEO가 아닌 일반 평범한 샐러리맨은 어떨까. 회사원이라는 직업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평범해 보여서 마치 자칫하면 영화감독이나 화가, 건축가, 음악가보다 훨씬 루틴하고 의미없고 지루해 보이기 쉽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그렇게 되기도 쉽다.

오늘 회사메일함에는 삼성물산에 다니던 한 신입사원의 사직서가 돌아다녔다. 그 사직서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라는 상투적인 짧은 한 문장 대신 족히 5분은 꼬박 읽어야 할 '내가 1년만에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꿈을 품고 입사했으나 회사의 문화가 너무나 실망스러워 더 있을 수가 없다, 열정에 불타는 "상사인"이 되고 싶었으나 "회사원"이 되어가는 자신을 보니 남아있기가 두렵다,는 것이다.
나는 그 친구의 견해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첫 직장을 그만 둘 때 똑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친구는 그만두어야 할 때가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가 중요한 것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내 생각은 어떠냐고? 조금 다르다. 내가 100개의 보고서를 써서 그 중 80개가 버려진다고 해도 최소한 나머지 20개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충분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Function에 있는 사람들 역시 다들 그들 나름대로의 일의 의미와 기쁨과 중요성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미를 찾기 위해 반드시 노동집약적(!)으로 미친듯이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하다보면 욕심이 생겨서 점점 조금만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살짝 미쳐가는 증거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이 단계가 되면 회사일을 예술로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닐까. 

이야기가 다른 데로 잠시 샜는데... 어쨌거나 그는 '젊기 때문에' 나가는 것이며, 나도 '젊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다. 내가 이 곳에 10년을 있을지, 5년을 있을지, 아니면 내일 당장 그만둘지는 모를 일이다. 내가 살짝 미쳤다는 생각에서 깨어날 때, 또는 그런 재미가 없어질 때가 바로 여길 떠날 때가 되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이 오기전까지는 젊은 심장을 품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방치하고 유기하기엔... ♬ 우린 아직 젊기에~

인간의 심장은 하루 평균 10만 번 뛴다고 합니다. 70세까지 산다고 계산했을 때 한평생 심장은 26억 번을 뛰는 셈입니다. 쉬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으며, 이토록 뜨겁고도 열정적인 심장을 가슴 속에 품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 그야말로 삶이란 가슴뛰는 일입니다. 기쁨입니다.  - 권대웅, '당신이 별입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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