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궁중언어

호랭Horang 2006. 11. 1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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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태원오빠가 했던 이야기인데,
사장님하고 커뮤니케이션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의 완곡함이
거의 '궁중언어' 수준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궁중언어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뭐 이런게 아니라
예를 들면 이런거다.

~하는 것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 해보나마나 별볼일 없다.
~수익이 제한적일 듯 하다.  → 이문이 안남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당장은 손떼겠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 개나소나 다 뛰어드는 상황이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다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나는 현재 판단이 안선다.

그 땐 그냥 ㅎㅎㅎ 웃고 넘어갔는데,
요즘은 나도 궁중언어를 좀 배워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궁중언어는 아부성 발언과는 성격이 다르다.
의사결정자에게 내 의견을 전달하려고 할 때
자칫 너무 거세게 나가면 아예 말을 듣기 싫어하고 심지어 삐지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 진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전달상의 문제만으로 튕겨져 나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목적달성을 위해 보다 순화된 표현이 효과적이다.

나는 비교적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인데, 
중요한 순간에도 평상시의 언어습관대로 말이 튀어나와 때로는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완곡하게 표현을 하면서도 나의 의견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더군다나 하는 일의 성격 덕분에 윗것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많은 경우에
커뮤니케이션의 부드러움을 위해서 궁중언어 구사능력은 때로 필수라고 생각된다.

오늘 전무님과 자료 리뷰를 하면서 나름대로 완곡하게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하였으나
역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연습이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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