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雙春年을 보내는 솔로들의 마음가짐에 관하여

호랭Horang 2006. 10. 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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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춘년.

이 오라질 年.

빨리 끝나라. 제발.



유난히 일찍 결혼한 친구가 많은 탓에 남들의 결혼식이야 일찍부터 수없이 따라다녔지만 그간 솔직히 부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 간혹 어떤 친구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부럽다고 하는 친구도 있으나, 뭐... 나는 이것조차도 아니었다. - 올해는 서른 또는 만스물아홉이라는 친구들의 나이도 나이인데다가 덴장, 도대체 "20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어이없는 쌍춘년이기까지 한 바람에 적지않게 많은 결혼소식을 듣고 얼굴을 들이밀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좀 괴롭다.

쌍춘년이란 말 그대로 입춘(양력 2월 4일)이 두 번 들어있는 해를 말한다. 혹자는 쌍춘년은 만물이 소생하는 입춘이 두 번이나 끼여 있으므로 결혼 등에 좋은 해라고 주장한다. 재수좋은 쌍춘년이 200년만에 한 번 있는 드문 해라며 예식장이나 혼수용품 업계에서는 쌍춘년 대목을 누려보고자 온갖 난리부르스다. 그러나 사실 쌍춘년은 윤달이 들어오는 해라면 대부분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있다. 1998년, 2001년, 2004년 모두 쌍춘년이었으며 2009년도 쌍춘년이란 말이다. 그럼 도대체 200년 어쩌구는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가. 올해는 음력 7월에 윤달이 끼어 한 해가 385일이 되는 해다. 음력의 날수는 달의 합삭(合朔) 주기에 따라 한 달이 29일 또는 30일이 되기 때문에 일정치 않은데, 한 해가 385일인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평균 20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200년만의 쌍춘년 해프닝은 385일 윤달이 드물게 돌아온다는 내용이 와전된 셈이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쌍춘년의 농간에 놀아나는 중생들을 일깨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왕 할 건데 미신이든 아니든, 믿든 안믿든 재수가 좋다는 해에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시험보기 전날 옷의 단추만 하나 떨어져도 재수없다고 말하는 우린데, 하물며 일생이 걸린 결혼이라는 중대사야 어련할까. 다른 사람과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낸다는 것에 대한 결심, 철저하고 꼼꼼한 준비와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모두들 이 "인생의 이벤트"를 받아들이고 준비한다.

그렇지만 뜻하지 않은 주변의 수많은 이벤트들로 간접적으로나마 괴로움을 당하는 나같은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될 중요한 사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는 것처럼, 혼자 사는 것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결혼보다도 훨씬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결혼은 일종의 보험이다. 부모님 이외에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얼굴이 생기는 것이다. - 그리고 이것은 일방적으로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가 아내에게가 아니라 서로에게 모두 해당될 수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이다. - 서로의 꿈과 목표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또 힘이 닿으면 서로 Support 해주는 든든한 나의 편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은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Alliance 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혼자 사는 우리들은, 아니 앞으로 혼자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우리들 중 일부는 법적인 내 편 없이 혼자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결혼을 못해서 혼자 사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제대로 준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결혼하기 전의 과도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테니까. 이렇게 준비없이 혼자 살게 되면 자칫 잘못하다간 그 삶은 정말 비참해진다. 그야말로 "결혼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혼자살 수 밖에 없는 꼴이 되는 것이다. 든든한 동맹군도 없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난감함을 혼자 이겨내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기쁨을 함께 나누고 함께 행복해할 사람을 찾지 못해 혼자 쓸쓸해 할 것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자유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고독도 선택하는 것이고 때로는 고립도 선택하는 것이다. 자유를 만끽하는 데도 준비가 필요한데, 하물며 고독이나 심지어 고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도대체 몇 갑절의 준비가 필요하겠는가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혼자 살 준비를 하다가 운명처럼 갑자기 또는 운이 좋게 우연히 내 편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럼 그 때 결혼을 하면 되는 거다. 결혼만 목빠지게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살 준비를 충실히 할 기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2006년 쌍춘년 정신없이 날아드는 결혼 소식에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1) 주변의 닥달 및 압력  2) 축의금의 압박  3) 제 때 해야할 숙제를 못하고 있다는 자책 등이 큰 이유겠지만 결국 이 모든 이유들은 내가, 내 마음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너무나 중대하고 치명적인 사실에 수렴한다.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혼자 사는 것에 선택 당해서는 안된다. 내가 선택해야 한다. 혼수(婚需) 준비할 때보다 더 깐깐하게 나 자신만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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