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어릴적 꿈

호랭Horang 2006. 8. 3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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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어릴적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도 서로 어릴적 꿈을 물어보았는데 모두들 제각기 나름대로 멋진 꿈들이 있었더랬다. 재미있게도 우리 셋에게는 공통된 꿈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자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 중 어느 한 사람도 그 꿈을 계속 쫒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꿈이란 이루기 쉬운 건 아닌가보다. ^^

나의 어릴 적 또 다른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물론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며 그 꿈은 여러번 바뀌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그 꿈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지만. 피아노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그 날 배울 곡을 가르쳐 주신 후 내 악보에 1, 2, 3, 4, 5 를 써주신다. 그러면 나는 한번씩 연습할 때마다 악보 위에 쓰인 저 숫자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그려간다. 많은 날은 10이나 20까지 쓰여져 있기도 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당시 피아노를 치는 일은 내 삶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피아노를 배웠었고 그렇게 무엇인가를 '고정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그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또는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피아노를 치는 일 말고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꿈을 이루는데 실패했다. 나는 피아노 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7년동안 피아노를 치면서 그만 두었다가 엄마의 회유로 다시 다니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다가 결국 국민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그만두는데 성공했다. Yes!!! 그 후로 나는 피아노 뚜껑도 열어보지 않았고, 지금은 피아노를 전혀 치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리 그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7년이나 배웠다면 자전거타기처럼 몸에 익혀져서 머리가 아니라 손에 익었을 법도 한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전혀 치지를 못한다. -.-; 
그리고 지금에 와서 나는 그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직업으로서의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일이란 대단히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의사나 법관같은 소위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 뿐만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아니면 공부를 한다거나, 예술가가 되어도 좋다. 사람은 그 일로 돈을 벌고 - 많건 적건 - 그 돈으로 살아간다. 

'즐거운 일을 하고 살아야 된다'거나 '일은 놀이이고 놀이가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복받은 사람이고 인생 참으로 편하게 사는 분들이겠지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은 그저 일일 뿐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나도 때로는 다른 꿈을 직업으로 갖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게 직업이 되고 생활이 되어야 한다면, 아마도 그 일을 전처럼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어떤 아이가 피아노의 무게에 짓눌려 거기에서 달아난 것처럼. 

'일'과 '놀이'의 분리가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업이 아닌 다른 즐거움은, 삶이 때때로 가져오는 지루함과 비굴함을 덮을 수 있는 기쁨을 줄 수 있을테니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의 '놀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히죽~ 나온다. (휴가 끝에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약간 답답한지 별 생각이 다 나는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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