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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원의 잡설
참 시끄럽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이용철 前청와대 비서관과 참여연대의 적극적인 가세로 사건의 전개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일개 말단직원으로서 뉴스를 접하는 동료들의 반응은 참으로 제각각이다. 우리 회사가 그럴 리 없다는 순진파에서부터 제대로 다 까발려야 한다며 흥분하는 응징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신차리자는 중도자성파에 이르기까지 다들 할 말은 많은 모양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의견은 다를지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한가지는 '실망감'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참으로 맥빠지게 하는 사건이다.
우리가 TV 한 대를 더 팔기 위해, 이익 몇 억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아니, 상상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수년 동안 102억을 받아먹은 김용철 변호사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나처럼 별 일 안하는 사람한테도 이렇게 돈을 쏟아붓는데, 여긴 가만히 있어도 돈이 솟아나서 돈지랄을 하는 회사인가보다.'
쓰뎅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인재의 삼성이라고 온갖 군데 떠벌려놓고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 하나 알아보지 못하고 왜 상상도 못할 그 큰 돈을 줘가면서 모셔놓고 있었던 건지. 용기있는 양심선언? 본인이 한 달에 2천만원씩 꼬박꼬박 받을 때는 고발 못하고 돈줄 끊어지니까 - 혹은 다른 이유가 또 있겠지만 그것까진 모르겠다 - 양심선언이랍시고 하는 행태는 참으로 궁색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다. 나는 어차피 회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 허탈감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솔직히 저 돈이 아까운 건 사실이다.
대표가 될 수 없는 대표
해당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 하는 게 사실 조심스럽다. 직원으로서의 실망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왜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핀란드에는 노키아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기업이 있다.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집중도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0%, 전체 고용의 5%, 수출액의 24%, GDP의 30%로 사실상 노키아는 핀란드의 경제를 이끄는 국영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런 노키아에 대한 핀란드 국민들의 애정과 존경심은 각별하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삼성을 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은 상이하다. 삼성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우리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국 기업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업이 되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 사회공헌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왜 삼성은 이런 기여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국민들로부터 마치 거대한 범죄 집단이라도 되는 것 같은 취급을 받고 있을까. 또한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정치 풍토를 감안할 때 다른 기업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었어도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진대 그렇다면 왜 굳이 삼성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짜 대표기업이 맞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수치적으로는 대표기업일지 모르겠으나 대표다운 역할과 몸가짐에 있어서는 낙제점이 아닌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결국 빌미를 제공한 것은 미성숙해도 한참 미성숙한 대표기업, 삼성 그 자신이다.
소탐대실의 결과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면서 부린 꼼수가 바로 오늘날 삼성의 뒷다리를 잡은 화근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어마어마한 자산가이다. 뭐가 그리도 욕심나고 뭐가 그리도 아까워서 치사하게 꼬불쳐가며 눈가리고 아웅을 했단 말인가.
신세계도 정용진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증여상속세로 1조원을 냈다. 그런데 하물며 그 모기업이며 한국의 대표기업이며 소위 글로벌 일류기업이라는 삼성그룹에서 상속과정 중 낸 세금이 불과 십 몇억원. 그러고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거야말로 더욱 쪽팔리고 창피한 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의 하나 별 문제 없이 이번 사건이 마무리 된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재용 전무는 직원 앞에, 국민 앞에, 시장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을 잃게 된 본보기이다.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만한 실적을 내는 기업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은 다르다. 몸집이 크면 그에 걸맞게 정신도 성장해야 하듯이 삼성은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기대했던 사람에게 더 큰 실망감을 느끼듯이, 유독 삼성에 대해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그만큼 기대가 컸던 탓일 수도 있다. 혹시 삼성이 자랑스런 우리의 대표기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면 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일은 비단 한 기업만의 이슈는 아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당장 눈 앞의 결과만을 보고 원칙을 우습게 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게 될 것이다.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애먼 걸로 백날 봉창 두드리고 변명해봐야 소용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지킬 것은 깔끔하게 지켜주는 센스. 기본으로 돌아가자.
Back to the basic.
참 시끄럽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이용철 前청와대 비서관과 참여연대의 적극적인 가세로 사건의 전개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일개 말단직원으로서 뉴스를 접하는 동료들의 반응은 참으로 제각각이다. 우리 회사가 그럴 리 없다는 순진파에서부터 제대로 다 까발려야 한다며 흥분하는 응징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신차리자는 중도자성파에 이르기까지 다들 할 말은 많은 모양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의견은 다를지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한가지는 '실망감'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참으로 맥빠지게 하는 사건이다.
우리가 TV 한 대를 더 팔기 위해, 이익 몇 억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아니, 상상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수년 동안 102억을 받아먹은 김용철 변호사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나처럼 별 일 안하는 사람한테도 이렇게 돈을 쏟아붓는데, 여긴 가만히 있어도 돈이 솟아나서 돈지랄을 하는 회사인가보다.'
쓰뎅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인재의 삼성이라고 온갖 군데 떠벌려놓고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 하나 알아보지 못하고 왜 상상도 못할 그 큰 돈을 줘가면서 모셔놓고 있었던 건지. 용기있는 양심선언? 본인이 한 달에 2천만원씩 꼬박꼬박 받을 때는 고발 못하고 돈줄 끊어지니까 - 혹은 다른 이유가 또 있겠지만 그것까진 모르겠다 - 양심선언이랍시고 하는 행태는 참으로 궁색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다. 나는 어차피 회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 허탈감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솔직히 저 돈이 아까운 건 사실이다.
대표가 될 수 없는 대표
해당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 하는 게 사실 조심스럽다. 직원으로서의 실망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왜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핀란드에는 노키아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기업이 있다.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집중도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0%, 전체 고용의 5%, 수출액의 24%, GDP의 30%로 사실상 노키아는 핀란드의 경제를 이끄는 국영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런 노키아에 대한 핀란드 국민들의 애정과 존경심은 각별하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삼성을 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은 상이하다. 삼성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우리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국 기업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업이 되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 사회공헌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왜 삼성은 이런 기여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국민들로부터 마치 거대한 범죄 집단이라도 되는 것 같은 취급을 받고 있을까. 또한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정치 풍토를 감안할 때 다른 기업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었어도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진대 그렇다면 왜 굳이 삼성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짜 대표기업이 맞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수치적으로는 대표기업일지 모르겠으나 대표다운 역할과 몸가짐에 있어서는 낙제점이 아닌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결국 빌미를 제공한 것은 미성숙해도 한참 미성숙한 대표기업, 삼성 그 자신이다.
소탐대실의 결과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면서 부린 꼼수가 바로 오늘날 삼성의 뒷다리를 잡은 화근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어마어마한 자산가이다. 뭐가 그리도 욕심나고 뭐가 그리도 아까워서 치사하게 꼬불쳐가며 눈가리고 아웅을 했단 말인가.
신세계도 정용진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증여상속세로 1조원을 냈다. 그런데 하물며 그 모기업이며 한국의 대표기업이며 소위 글로벌 일류기업이라는 삼성그룹에서 상속과정 중 낸 세금이 불과 십 몇억원. 그러고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거야말로 더욱 쪽팔리고 창피한 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의 하나 별 문제 없이 이번 사건이 마무리 된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재용 전무는 직원 앞에, 국민 앞에, 시장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을 잃게 된 본보기이다.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만한 실적을 내는 기업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은 다르다. 몸집이 크면 그에 걸맞게 정신도 성장해야 하듯이 삼성은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기대했던 사람에게 더 큰 실망감을 느끼듯이, 유독 삼성에 대해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그만큼 기대가 컸던 탓일 수도 있다. 혹시 삼성이 자랑스런 우리의 대표기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면 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일은 비단 한 기업만의 이슈는 아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당장 눈 앞의 결과만을 보고 원칙을 우습게 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게 될 것이다.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애먼 걸로 백날 봉창 두드리고 변명해봐야 소용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지킬 것은 깔끔하게 지켜주는 센스. 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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