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참 잘 했어요! (1)

호랭Horang 2010. 2. 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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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난 돈이란 인생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아예 사고의 틀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주제, 한마디로 무개념에 가까웠던 것 같아.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부유한 집안도 아니어서 그랬는지, 돈이라는 녀석과 내 삶은 별로 관계가 없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어. 누구의 말대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돈이니라... 뭐 이런거지. 

게다가 내 사주를 보면 이상하게도 늘 돈 걱정은 안하고 살 팔자로 나오기 때문에 - 인터넷 사주의 정확성/신빙성 여부는 내 맘대로 깔끔히 무시해주고 - 더더욱 돈에 대한 갈망이라든지 욕구는 없었어.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우리 아이가 내가 부쩍 달라졌어요!

『모든 것은 배신하나, 돈만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믿음이 점점 강해지는 건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싱글로 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결국 다들 자기짝을 찾아가고 내 편은 나 자신 밖에 남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내 뇌 속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변하기 시작한 거지. 너무 극단적이라고? 아냐, 잘 들어봐.
남들이 신랑, 마누라 & 애들하고 씨름하고 있을 때 또는 오손도손 즐거운 삶을 꾸려가고 있을 때, 가족이라는 특수관계에 의한 행복을 얻을 수 없는 나는 외부 활동을 통해 - 어떤 형태가 되었든 - 인생을 즐기며 행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는 필수적인 거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지, 딸린 가족도 없고 혼자 쓰는데 쓸 데가 어딨어서 그런 큰 돈이 필요하냐고, 배부른 소리 말라고. 화려한 싱글? 누구 눈치볼 일 없이 자신을 위해 의미있게 투자?
노노노, 현실은 그렇지 않아. 경제적인 제약이 걸릴 때 느끼는 상실감 또는 상대적 박탈감은 가족이라는 정서적 지지자가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클 것이므로. 특히나 남들 하는대로 똑같이 하지 않는 사람을 병적으로 거부하는 한국사회에선 말이야.

(섹스앤더시티의) 캐리브래드쇼는 말했지. "20대는 즐기고, 30대는 지혜롭게, 40대는 한 잔 사는거지."
한 잔이 상징하는 경제력!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여유롭게 쿨하게 쏘지 못하는 거지미스. 노처녀의 궁상이 되기 십상이지. 역시, 지갑이 충만한 여자는 아름답군.
 
그.래.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월급쟁이를 하면 안된다고? 물론이지. 그런 것쯤은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난 지금 회사에 빚이 있어. 나가려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내고 나가야 한다고.
40대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 내가, 돈이 없어서, 선택지에 제약을 받게 되는,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 당장 직면하면서 믿을 건 경제력 밖에 없다는 나의 확신은 깊어져갔지. 그래서 난 매일 돈벼락 맞는 꿈을 무럭무럭 키워갔어.

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유레카!


※ 룸메, 오늘부로 나의 돈타령은 종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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