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까?

호랭Horang 2010. 7. 2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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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등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유명 연애 이야기(응?)의 결말을 떠올려보자. 마지막 문장은 이상하게도 모두 같지 않은가.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들이 결혼해서 어떻게 행복하게 먹고 살았는지, 그 다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만 기억하는 더~러븐 세상. 도대체 왜일까?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겠다.

1. 흥행실패 예감
다잡은 물고기에 밥 주는 거 봤냐는,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한 명언이 있다. 그러나 B군은 또한 이런 명언을 남기셨다. 내 어항에 있는 물고기에 밥주지, 남의 어항에 있는 물고기에 밥 왜 주냐고.  
그러나 세상엔 전자와 같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터! 백설공주 커플, 신데렐라 커플도 단지 수많은 일반인이었을 뿐이었던 게다. 그들은 결혼한 후 서로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 안정된 삶, 행복하다면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무긴장과 무설렘의 상태가 마치 대하드라마처럼 질질 늘어져 지속된 관계로 이야기 거리로서는 별 재미가 없는 것이다.

2. 양심의 가책
사실은 행복하게 살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어렵게 만났지만, 결국 결혼하고 나서는 지지고 볶고 싸우고 권태기에 빠지고 바람피고 하다가 걍 웬수가 되고야 만 것이다. 게다가 왕자와 공주들 대부분은 조혼! 젊고 혈기왕성한 나이에 한 사람만 바라보고 오래오래~ 살긴 쉽지 않았을거다. 그런 그들을 두고 행복하게 살았다며, 작가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거짓말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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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 더 쓰고 싶었는데 두 가지 밖에 생각이 안나는군.

미국에서 유학중이다가 잠시 들어온 친구 부부가 있어 그저께 오랜만에 친구들을 다같이 만났다. 우리 모임은 희한하게도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부인데다가 특히 결혼을 일찍한 친구들은  벌써 아이가 둘씩 되기도 한다. 아이들까지 다 모이니 집안이 떠나갈듯 하고, 아기들을 10분만 보고 있어도 - 안아주고 돌본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눈으로 보고 있다는 뜻임. 아이 씨(See) 유 -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다. 

그러나 정신이 유체이탈을 시도하던 그 와중에도, 왕자와 공주 스토리와는 달리 친구들이 결혼 후에도 행복하게 잘들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부럽다는 생각도 쵸금 들었다. 내가 기억력은 없어도 순발력은 있는 편인데, 얘들을 만나면 이상하게도 순발력이 급떨어지고 대응력이 약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유가 있었다. 부러워서 진거였다.  
 
담소를 나누던 도중, 결혼을 가장 늦게한 박선생과 J금보가 옛날에 연애도 못하고 둘이 찌질하게 어울려 다녔다면서 오군이 놀렸는데 정곡을 찔린 것처럼 뜨끔하고 식은 땀이 흘렀다. 그 당시 오군이 우리랑 안친해서 잘 몰라서 그런거지 실은 그 때 나도 자주 같이 다니곤 했다. 그럼 나는 아직도 찌질...? (응?)
애 둘 있다고 유세하는 오군... 딸 둘 키우면서 허리 한 번 휘어봐야 정신을 차릴거야?! 어쨌거나 다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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