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일본생활 안 좋은 것들, 불편한 점

호랭Horang 2020. 8. 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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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정으로 혹시 앞으로 일본에서 살게 될 일이 있으신 분들께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남겨본다. 물론 병원, 인터넷 이런건 한국에서 사오실 수 없으니 미리 알아도 피할 수가 없지만, 충격은 덜 하시리라는 마음에. 

※ 예전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에 일본생활 안좋은 점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궁금한 점이 많으실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수정해서 올림

변화가 느리다, 아니 그냥 느리다

사실 이 부분은 일본이 느리다기 보다는, 한국이 너무 압도적으로 변화가 빠른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사람으로서 아마도 기대치와 기준이 너무 높아서 일 수는 있지만, 아무튼 한국분들이 일본 오시면 가장 적응 어려운 것 중 하나일 듯.

  • 서류(종이)에 대한 집착 : 뭐든지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선호한다. 얼핏 들으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2020년을 살고 있고, 기록의 수단은 종이만이 아니지 않은가. 뭐든지 우편물 (또는 팩스! OMG!)로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 도장 : 도장 없으면 안되는 일이 너무 많다. 심지어 코로나로 재택근무 하면서도 결재 서류에 도장받으러 출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 IT 담당 장관이 '도장문화를 지키는 자민당 의원 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다. 코미디 아니고 진실. 
  • 병원 : 무슨 80년대 한국 병원같음. 노땅 의사들이 그냥 자기 가정집에 차린 듯한 컨셉 다수 (2층은 거주, 1층은 사업장 그런 거). 물론 새 병원도 많은데, 그래도 엄청 불편. 한국처럼 딱 방문해서 주민번호 내면 다 알아서 해주고 이런게 아니고, 작성양식 한 페이지 꽉채워 작성해야되고, 진찰권 발급해주면 다음부터는 지참해야 되고, 그나마 1년 지나 재방문 하면  다시 갱신해야되서 작성양식 또 채워야 되고 아주 귀찮게 한다. -예를 들면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작년봄에 갔다가 1년동안 안갔다가 올해 다시 갔더니 다시 또 쓰라고 했다. 미틴...-
  • 약국 : 병원에 버금갈 정도로 골 때림. 약 수첩 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 아 물론 이걸 만들기 위해서는 또 작성 양식 한 페이지 꽉 채워야 하고, 약국 바꿔서 다니던 약국 말고 새 약국 가면 또 다시 써야 한다 - 약을 살 때마다 여기에다가 얘는 무슨 약 처방했다라고 하는 스티커를 붙여준다. 처방기록 남기는 건 좋은데, 어떻게 제발 온라인으로 관리 안되겠니. 
  • 일처리 : 은행, 관공서 기타 등등 고구마 백만개. 어디 일보러 갔다하면 서너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운전면허증 발급받으러 반차내고 갔다가 4시간 넘었는데 안되서 지쳐서 포기하고 사무실 들어간 적 있음. 라쿠텐 증권 ('온라인' 증권사입니다) 에서 주소 변경하는데 3주 걸렸다. 물론 당연히 새 주소 변경 신청은 온라인으로 했는데, 왜 3주 뒤에 반영이 되는건지 미스테리. 이사 할 때 인터넷 신청하면 설치까지 2주 걸린다. 
  • 인터넷 : 느려. 안터져. 비오면 더 잘 안되고. 여행을 좋아해서 지방에 많이 가는데, 조금만 깊은 산 속에 가면 당당하게 'No service'가 표시된다. 물론 지하철에서나 기차 터널 지날 때 잘 안 되니 각오해야 함. 계속 Refresh 눌러봐야 정신건강만 해칠 뿐이다. 
  • 여성에 대한 차별 :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만연해있다. 정말 후지다. 여성들도 이를 그다지 문제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에 더욱 놀랐다.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

아마도 이런 문화가 깔려있기 때문에 변화가 느린 걸 수도 있겠다. 바꿔서 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질건가? 그냥 하던대로 하는게 가장 안전한 거야, 이런 사고 방식이 사회의 모든 시스템의 기저에 있다.  

  • 업무방식 : 사실 위에서 언급한 일처리에 대한 불편함은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모든 일본 조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잘 될 경우/안 될 경우/이럴 경우/저럴 경우 수백가지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결국은 책임을 지지않기 위해서 매뉴얼과 기준을 만드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 같다. 난 매뉴얼대로 했다규!라고 말하기 위해서.) 이 점은 나중에 따로 자세히 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 정치 : ㅂㅅ들이다. 일본은 세습 정치인이 매우 많은데 (현 자민당 국회의원의 4/1 정도가 정치인 '가문' 출신),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국회에 입성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뜻.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국민이 정치를 바꿔야지, 하는 사고방식이나 움직임은 없다. 왜냐하면, 정치는 내 책임이 아니라 정치가의 책임이니까. 
  • 언론 : 정치 못지않은 병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잘 사는 북한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냥 정치의 개. 언론이 바른 말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속 시원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도 아니니 (위에서 말한 이유로), 언론인으로서의 책임의식 이런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작은 사이즈에 대한 선호

한국 사람이 유난히 큰 것을 선호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더 큰 차를 타고 싶고, 집을 더 크게 늘리고 싶고... 심지어 다리 이름도 모두 OO대교. "너무 커서 불편"하다는 개념이 별로 없는 나에게, 일본인들의 축소 지향 사고방식은 아직도 공감하기 어렵다. 

  • 냉장고 : 너무 작다. 
  • 세탁기 : 너무 작다.
  • 집 : 너무 작다.
  • 차 : 너무 작다.
  • 그 밖에 너무 작은 것들 투성이. 돈이 없고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작게 살고 작게 타는 게 아니라, 그냥 큰 것을 사야겠다는 선호가 없다. 

 

정신승리

일본에 살면서 제일 짜증나는 점. 다른 건 그냥 에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진짜 혈압 뽐뿌 와서 못봐주겠다. 점점 뉴스와 TV 방송을 멀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 국뽕 : "일본에서 태어나서 햄볶아요~", "일본인 세계 최고로 유니크하고 착한 사람들", "일본은 세계를 리딩하는 최고 선진국. 늘 다른 나라들에게 귀감이 되지" 이런 골 때리는 정신승리. 선민의식 쩐다.
  • 자기들이 매우 논리적인 줄 안다. 방송에서도 매일 분석이랍시고 뭔가를 깊이 있게 파헤치는 척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들어보면 이런 식이다. 일례를 소개하면, 일본이 Cashless가 늦는 이유에 대해 대학교수라는 작자가 대답한 것이다.
    Q: (한국/중국 등은 신용카드 결제나 모바일 결제가 대중화 되어있는데) 왜 일본은 아직도 현금을 선호할까요?
    A: 이유를 세 가지 들 수 있습니다 (일단 논리적인 척). 첫째 일본은 치안이 안전해서 현금을 갖고 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고요, 둘째 일본에는 ATM이 없는 곳 없이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셋째 그 자리에서 결제를 완결할 수 있어서 낭비를 줄일 수 있죠 (이건 뭐 일부 맞는 얘기기도 하지만)
    패널들: 아~ 소데스까. 그렇군요! 역시 일본은 너무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안전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처럼(으응?) 현금 이외의 결제수단에 대한 니즈가 없었던 거군요! 
  • '아라시'라는 일본 그룹이 망발을 일삼아 유튜브에서도 많이 까인것 같은데, BTS가 세계적인 팬덤을 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 일본이 역시 토대를 잘 만들어 놓아서 그 디딤돌을 밟고 아시아의 그룹들이 선전하고 있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말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윗사람의 마음으로 뿌듯하게 생각해서 말하는 사람들. 

 

그 밖의 일상생활

  • 일회용품 : 비닐, 일회용품 천국. 편의점에서 따뜻한 거, 차가운 거 사면 두 봉지에 따로따로 담아준다 (2020년 7월부터 다행히 비닐봉지 유료화로 바뀌었다. 이제야!) 지구를 좀 생각하자. 
  • 세금 : 주민세가 한 달 월급이다. 소득세는 화가 나서 입에 담을 수도 없다. 내가 니놈의 나라에 내는 세금이 얼만데 나를 입국 거부해? 부셔버리겠어...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못가서 욱함. 관광비자 뿐만 아니라 나처럼 취업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일단 출국을 하면 다시 입국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 이불, 커텐 : 먼지 풀풀 날리고 1년쓰면 보풀 다 일어남. 물론 비싼거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마트에서 사도 몇 년이나 쌩쌩한데.  
  • 참기름 : 일본에도 있는데, 영 안 고소함. 
  • 과일 : 많이 비쌈. 그런데 달고 맛있긴 함. 
  • 수건 : 일본거도 톡톡하고 괜찮은 것도 있기 한데, 사이즈가 작음!!! 수건 마저도 작아야 하니? 
  • 옷 : 한국 쇼핑몰이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예쁨 
  • 휴지 : 너무 얇고 질이 안좋다. 니네들 진정.. 이걸로... 가능한 거니?
  • 고무장갑 : 얇아빠져가지고 손에 찍찍 들러붙고 냄새나고 아주 못씀. 태화 고무장갑, 마미손 고무장갑 한국에선 고마운 줄 몰랐는데, 정말 그동안 몰라뵙고 죄송했습니다.  
  • 주차비 : 본인이 거주하는 맨션이라도 주차비는 별도로 내야 함 (도쿄는 한달에 3만엔 전후)
  • 집 : 월세에 한번 놀라고, 집의 낡음에 또 한 번 깜짝 놀람. 지금은 지은지 20년 안짝이면 거의 새 거네~ 라고 말하게 됨. 
  • 집계약 할 때 : 집 주인에게 사례금 조로 한달 또는 두달치 월세를 그냥 선물로 줘야 함. 집을 빌려줘서 고맙습니다, 라는 황당한 의미라고 함. 저의 거지같은 집에 들어와줘서 고맙습니다, 라고 돈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집 상태인데. 
  • 자전거 :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는 것이 권리인 줄 알고 있는 부류가 많아 민폐 작렬. 차는 사람을 피하고, 사람은 자전거를 피해다닌다.  

쓰고 나니까 다소 부정적, 편파적이었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요즘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많이 실망스럽고 짜증나는건 사실이다. 

 

일본생활 좋은 점

이전 글에서 안 좋은 점들, 불편한 점들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지만, 사실은 일본에 살아서 좋은 점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좋은 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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