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경주마에게 필요한 것은

호랭Horang 2010. 7. 2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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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둥바둥 사는 경주마 인생.
두 눈은 가려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야 하는 운명인 경주마처럼 사는 것. 

대한민국의 샐러리맨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다 그런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 글을 읽기 전에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시기 바란다.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은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



당근과 채찍이 있는 곳에 성과가 있다는 공식은 20세기의 비즈니스, 그러니까 굉장히 좁은 범위에서 최대의 퍼포먼스를 내야할 때 성립 가능하다고 다니엘 핑크는 말한다. 정형화 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창의성이 필요한 21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 하에서는 인센티브, 커미션과 같은 외적 동기부여 보다는, Autonomy(주도성), Mastery(전문성), Purpose(목적)와 같은 내적 동기부여가 더욱 중요하다.   

내일 소개팅인데 눈다래끼 났을 때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상하는 이상야릇한 느낌이 올해초부터 지속되고 있다. 본인이 경주마가 되어버렸다고 자조하는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나의 일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근도, 채찍도 나를 달리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당초 시리즈물로 계획했다가 2, 3편을 공개하지 못한 "참 잘했어요!" 포스팅에서 이미 이야기 한 바 있음) Staff으로서의 나의 업무는 Autonomy, Mastery라는 주제에 있어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것 같다. 
나에게는 새로운 Autonomy가 필요하다! 

비단 나 개인만이 느끼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름 석자 앞에서 회사이름을 빼고 나면 거의 아무 것도 남지 않을 Super Generalist로 양성되는 (아니 소비되는) 수많은 회사원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갈등을 느끼고 같은 무력감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매우 큰 확률로. 

조직은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관리(Management)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Top에서도 지금의 상태에 위협을 느꼈고 변화해야 한다는 걸 동물적 본능으로 깨달았기에 『창조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달리고 있는 우리 경주마(이히힝~)들은 어떠한가. 또는 말을 타고 있는 기수들은 어떠한가. 너무나 달리는 것에만 익숙해진 나머지 기존의 방식대로 "창조"를 "관리"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의 우리의 인생에는 영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영감은 자신의 것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채울 때 얻을 수 있다. 두 눈을 가리고 앞으로만 달리지 말고, 안대를 벗어 던지자. 당신이 달리고 있는 길의 끝을 바라보면서, 갈기를 스치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면서,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내가 지나가고 있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렇게 달리자. 이랴,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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