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좋은 소식 없니? 의 폭력성에 대하여

호랭Horang 2020. 11. 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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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8년 1월 Facebook에 올렸던 글인데 수정하여 블로그에 다시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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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 없니?"

한국에 살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이 질문은, - 대개 이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기대하는 '좋은 소식'을 아직 전해주지 못한 사람이므로 듣는 이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데 -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삶의 방식을 강요한다.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와중에 조금 더 이름있는 학교에 가고, 조금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고, 미혼이면 어서 결혼을 하고,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이 '좋은 소식'이 갖고 있는 암묵적인 합의이다. 학교, 취업, 결혼, 출산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삶의 선택은 본인이 아무리 만족스럽다할지라도 이 '좋은 소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잔소리짤 from Google

 

일본에 살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말인데, 나이 잡술만큼 잡수신 어르신도 아니고 또래의 한국인 동료에게 오랜만에 이런 말을 들으니 참으로 그 무신경함이 불쾌하기도 하고, 그렇게 정해진대로 숙제하듯 사는 것만이 좋은 인생인줄 알고 늙어가는게 불쌍하기도 하고.

"얼굴 너무 좋아보인다~ 그런데 좋은 소식은 없구?"

얼굴이 좋아보이는 것은 충분히 좋은 소식이 아닌가? 차라리 그냥 결혼은 안하니, 라고 했으면 이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헤어지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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