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호랭Horang 2003. 7.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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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이다.
나도 조금 늦긴 했지만 이번 주부터 첨으로 옥탑방 고양이를 보기 시작했다. (그저께 밤엔 혼전동거를 주제로 심야토론까지 하던데 공중파에서 이런 주제를 공론화하는 걸 보면 참 먼가 달라지긴 달라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옥탑방 고양이의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심리상태를 잘 그려내는데 있다. 기존의 사랑 드라마는 남녀가 어찌나 운명적으로들 만나고 어찌나 서로한테 잘들하는지...그리워서 죽고 못살고...가끔씩 등장하는 갈등이라고는 항상 부모님의 반대 혹은 때때로 방해꾼의 출현으로 빚어진 오해. (ㅡ..ㅡ)

그렇지만 사실 남녀가 만나서 그렇게 좋아 지낼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옥탑방 고양이는 평범한 일상에서 서로 섭섭하게 느낄 수 있고, 열받을 수 있는 부분을 절묘하게 건드리고 있기에 보는 사람을 오히려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동거'란 아직 받아들여지기 힘든 이슈이다. 물론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연애감정을 살짝 빗겨나감으로써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을 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런 것을 소재로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동거가 결혼의 전단계라거나 불완전한 간이역이 아니라, 하나의 또다른 가족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밥을 먹지만,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끼니로 빵을 먹을 수도 있는 것처럼.

결혼이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이기적이고 비겁한 제도이다. 혼자 세상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어서, 외롭고 싶지 않아서, 혹은 매번 섹스파트너를 찾을 노력을 하기 싫어서 -아니면 이것 역시 자신이 없어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정말로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사랑하는 자신의 반쪽을 만나 남은 삶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나도 다시 한발 물러선다. 사람들의 삶의 선택을 옳다 그르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도 건방진 짓이니까.)

혹자는 독신 여성이 정말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정상적인 기준으로 보고, 다른 형태의 가족을 비정상 혹은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는 것은 편협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실로 다양한 배경을 갖고 태어나,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똑같이 살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냥 사람들의 생활을 인정하고 그러한 형태도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를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 자기가 선호하는 형태대로 살아가는 것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무덤덤함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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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면, 
잘생긴 김래원의 거만연기와 정다빈의 눈웃음, 그리고 이현우의 무표정한 관심의 표현은 나를 웃게 만드는 옥탑방 고양이의 매력 중에서도 일품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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