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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65

좋은 소식 없니? 의 폭력성에 대하여

* 이 글은 2018년 1월 Facebook에 올렸던 글인데 수정하여 블로그에 다시 옮겨둡니다. *** "좋은 소식 없니?" 한국에 살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이 질문은, - 대개 이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기대하는 '좋은 소식'을 아직 전해주지 못한 사람이므로 듣는 이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데 -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삶의 방식을 강요한다.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와중에 조금 더 이름있는 학교에 가고, 조금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고, 미혼이면 어서 결혼을 하고,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이 '좋은 소식'이 갖고 있는 암묵적인 합의이다. 학교, 취업, 결혼, 출산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삶의 선택은 본인이 아무리 만족스럽다할지라도 이 '좋은 소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일본에 ..

쓰다 2020.11.24

일본생활 좋은 점

이전 글에서 안 좋은 점들, 불편한 점들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지만, 사실은 일본에 살아서 좋은 점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좋은 점에 대해서도 소개해 볼까 한다. 자연환경 공기 : 미세먼지 걱정이 없다. 봄에 황사가 아주 심할 때 간혹 뉴스에 나는 경우가 있지만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다. 바다 하나 건너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 이야. 산림 : 숲이 정말 울창하다. 그 중 많은 경우가 삼나무라 봄에 꽃가루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울창한 숲과 깨끗한 자연환경은 정말 부럽다. 시골 : 시골의 생활수준이 높은 것 같다. 우중충하지 않고 어딜가나 깨끗하다. 각 지방마다 고유의 특색을 살리려고 엄청 노력한다. (이건 안 좋은 점이기도 한데, 꼭 ..

쓰다 2020.08.13

일본생활 안 좋은 것들, 불편한 점

개인 사정으로 혹시 앞으로 일본에서 살게 될 일이 있으신 분들께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남겨본다. 물론 병원, 인터넷 이런건 한국에서 사오실 수 없으니 미리 알아도 피할 수가 없지만, 충격은 덜 하시리라는 마음에. ※ 예전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에 일본생활 안좋은 점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궁금한 점이 많으실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수정해서 올림 변화가 느리다, 아니 그냥 느리다 사실 이 부분은 일본이 느리다기 보다는, 한국이 너무 압도적으로 변화가 빠른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사람으로서 아마도 기대치와 기준이 너무 높아서 일 수는 있지만, 아무튼 한국분들이 일본 오시면 가장 적응 어려운 것 중 하나일 듯. 서류(종이)에 대한 집착 : 뭐든지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선호한다. 얼핏 들으면 좋은 점..

쓰다 2020.08.10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하셨느니라.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

쓰다 2010.07.30

경주마에게 필요한 것은

아둥바둥 사는 경주마 인생. 두 눈은 가려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야 하는 운명인 경주마처럼 사는 것. 대한민국의 샐러리맨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다 그런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 글을 읽기 전에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시기 바란다.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은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 당근과 채찍이 있는 곳에 성과가 있다는 공식은 20세기의 비즈니스, 그러니까 굉장히 좁은 범위에서 최대의 퍼포먼스를 내야할 때 성립 가능하다고 다니엘 핑크는 말한다. 정형화 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창의성이 필요한 21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 하에서는 인센티브, 커미션과 같은 외적 동기부여 보다는, Autonomy(..

쓰다 2010.07.26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까?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등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유명 연애 이야기(응?)의 결말을 떠올려보자. 마지막 문장은 이상하게도 모두 같지 않은가.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들이 결혼해서 어떻게 행복하게 먹고 살았는지, 그 다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만 기억하는 더~러븐 세상. 도대체 왜일까?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겠다. 1. 흥행실패 예감 다잡은 물고기에 밥 주는 거 봤냐는,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한 명언이 있다. 그러나 B군은 또한 이런 명언을 남기셨다. 내 어항에 있는 물고기에 밥주지, 남의 어항에 있는 물고기에 밥 왜 주냐고. 그러나 세상엔 전자와 같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터! 백설공주 커..

쓰다 2010.07.20

부정도 못한, 그러나 인정도 못한, 그래서 모냥빠진 곽노현씨

블로그에 정치적인 이슈는 가능하면 다루지 않으려고 했으나, 곽노현 때문에 한 마디 해야겠다. (나는 서울시민 아니지만 원래 옆집 뒷담화가 더 재밌잖아요~) 곽노현씨가 외고 등 특목고를 없애겠다고 했는지, 증설을 더 이상 막겠다고 했는지, 개혁을 해야겠다고 말을 했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외고가 뭔가 오작동 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한편 그 오작동에 올라타고 오작동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누리고 있다. 게다가 이 점에 대한 곽노현씨의 해명, "당시엔 잘 몰랐다"라는 발언은 그냥 너무 웃겨 갑자기 효리가 될 것 같다. 너의 말이 나는나는 우낀다~ 여기에 진보세력의 딜레마가 있다. 사회 구조의 개혁.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거, 잘 알겠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말과 다른 그 ..

쓰다 2010.06.11

참 잘 했어요! (1)

어렸을 때 난 돈이란 인생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아예 사고의 틀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주제, 한마디로 무개념에 가까웠던 것 같아.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부유한 집안도 아니어서 그랬는지, 돈이라는 녀석과 내 삶은 별로 관계가 없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어. 누구의 말대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돈이니라... 뭐 이런거지. 게다가 내 사주를 보면 이상하게도 늘 돈 걱정은 안하고 살 팔자로 나오기 때문에 - 인터넷 사주의 정확성/신빙성 여부는 내 맘대로 깔끔히 무시해주고 - 더더욱 돈에 대한 갈망이라든지 욕구는 없었어.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우리 아이가 내가 부쩍 달라졌어요! 『모든 것은 배신하나, ..

쓰다 2010.02.19

연탄재

요즘 연탄은 참 보기 어려운 물건이 되었다. 연탄 이야기를 하면 멀고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리 먼 옛날도 아니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전송해준 비업무성 메일에 연탄재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왠지 정겹다. 초등학교 때 단독주택에 살았던 나는, '연탄'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있다. Scene #1. 우리집 연탄광은 지하에 있었다. 그것도 대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마당 안쪽에 깊숙히 자리잡은 지하실이 연탄광으로 쓰이고 있었다. 연탄 배달을 시키면 배달 아저씨는 리어카를 끌고 와서는 연탄을 몇장씩이고 한꺼번에 집을 수 있는 집게로 우리집 지하실에 무겁고 새까만 연탄을 차곡차곡 쌓아주셨다. 다 타버려 가벼워진 살색 연탄재가 지하실에 ..

쓰다 2009.11.25

연애의 작전

내가 생각하는 '연애'라는 단어와 '작전'이라는 단어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비현실의 세계를 떠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왠지 연애를 작전이나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나도 한때 작전이라는 것을 써 본 적이 있다. 이름하여 감나무 작전.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참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여유있는 작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지 않은채 상대를 배려하는 아름다움까지도 깃든 작전이다. 그러나 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감은 감나무 주위를 기웃거리며 화려한 작전을 펼치던 여우같은 기집애가 결국 따가버렸다. 나의 작전이 작전치고는 소극적이기 그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 감은 내가..

쓰다 200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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