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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51

이상한 도서관 不思議な図書館

요즘 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다. 돈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그려지는 드라마인데, 우시지마가 몇번이고 반복하는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빼앗는 쪽이 아니면 빼앗기는 쪽이 된다." 굳이 돈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애쓰지 않으면 잡아먹히게 되기도 하고... 세상에는 부조리가 많지만, 그게 우리의 삶이 아닐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썼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표지에 작가 이름이 써있지 않았다면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 같다. 국내에는 '이상한 도서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으나, 삽화작가가 다르다 (카트멘쉬크). 저 귀여운(?) 양사나이를 보라. 국내판의 그로테스크에 가까운 삽화에 비하면 일본 문고판은 약간 동화책같은 느낌도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 / 사사키 마키 (..

읽다 2020.12.20

이방인을 위한 변명 < 여행의 이유 >

외국에 나와서 살고 있는 그렇지만 완전한 이민자도 아닌 나같은 사람은, 언젠가 내가 발디디고 있는 이 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초(超)장기 여행자인 나에게는 이 책이 조금 색다르게 읽혔다. 팔 걷어붙이고 나에 대한 변명을 대신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반갑고 고마운 기분이랄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현재를 즐기자. 현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미래는 포기하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p.109)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이방인으로 사는 동안에는,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

읽다 2020.11.30

시골살이의 로망 < 週末、森で (주말엔 숲으로) >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점점 간절히 생각하게 되는 것은 넓은 집과 사는 곳에 대한 자유로움이다. 대단히 으리뻔쩍한 저택을 원하는 게 아니라, 집(Home)무실로 꾸밀 수 있을만한 방과 잠시 일을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거나 집에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공간 같은 사소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주인공 수짱은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 있는데 어쩌다가 자동차가 생기게 되었다는 이유로 시골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일본생활 안 좋은 점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도쿄에서는 자기 아파트에 주차를 하려 해도 주차비로 월 3~4만엔은 내야 하니, 주인공이 생각한 이유가 말도 안 되는 건 아니다. 극적인 사건도 없고 담담하게 일상을 그린 만화이지만, 그래서 간단하게 읽히는..

읽다 2020.11.25

<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아뇨 안 외워봤고 못 외울 것 같습니다

김민식 / 위즈덤하우스 / 2017 대학교 때 중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중국어가 지금처럼 필수 언어(?)로 유행하지 않았을 시절이라, 중국어를 배운다고 하면 다들 "왜?" 하는 반응들이었다. 내 대답은 "그냥", "재미로" 아니면 "일생에 몇 번은 중국 여행갈 일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 대답은 사실이었다. 김민식 PD는 나이 마흔이 넘어 일본어를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여행 중에는 스페인어를 암송했다. 지금은 중국어 회화책을 외우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은 영어공부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는 습관과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특히 저자가 미국 연수 간 셈 치고 방학을 보냈던 대목에서는 정말 놀라움을 넘어서 처절함마저 느껴졌다. 완벽한 정신..

읽다 2017.09.12

< 개인주의자 선언 > Anyone can be cynical. Dare to be an optimist.

문유석 / 문학동네 / 2015 부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배가 비슷한 다른 신임부장과 우리가 꼰대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부장들 중에는 젊은 편에 속했고 실제로도 난 사고방식이 젊다고 (내맘대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부서원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않는 것은 그들이 절대적으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지 우리가 꼰대라서 그렇게 보이는게 아니다,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문유석 판사의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을 읽게 된 건 바로 그 즈음이었는데, 그의 인사이트와 거침없는 발언에 크게 감동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난 좀 꼰대였나 싶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외국계 회사에 와보니 더더욱 그동안 내가 집단주의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문화에 얼마나..

읽다 2017.09.03

< Hillbilly Elegy > 누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J.D.Vance / 2016 (번역본 : 힐빌리의 노래)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읽고나니 그 배경이 이해가 될 듯 하다. 백인 하층 노동계급 출신의 변호사 JD밴스가 보고 듣고 겪은 가난과 소외, 폭력, 혐오, 체념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느낀 장벽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빈곤이 대물림 되는 사회.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구조적인 책임인가, 정부가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가, 올바른 정책이 악순환에서 그들을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밴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밴스 그 자신을 구원한 것, 배움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해준 것은 모두 힐빌리 식구들(비록 우..

읽다 2017.08.30

< 오직 두 사람 > 상실 그 이후

김영하 / 문학동네 / 2017 나는 인간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반지의 제왕처럼 인간 아닌 종족들이 나오는 판타지 말고, 나 처럼 분명 인간세계의 얘기인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거 말이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에는 그런 느낌이 있다. 소설보다 더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세상을 다루는, 기발하고 독특하지만 실제 있을법한 인생과 맞닿아 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다소 무겁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상실에 관한 단편들이지만, 상실 그 자체보다는 그 이후를 꾸역꾸역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읽다 2017.08.30

< 82년생 김지영 > 소설도 아니고 소설이 아닌것도 아닌

조남주 / 민음사 / 2016 이것은 그냥 일상이고 다큐.스토리도 심심하고 문학적인 감동도 없다. 풀 수 없는 숙제를 굳이 점검받는 느낌이랄까. 내가 왜 굳이 돈쓰고 시간 내가면서 이걸 읽고있지? 하는 생각에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 여러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겐 충격이고, 누군가에겐 마음 무거운 이야기가 되는구나. 이렇게까지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더 놀랍다.

읽다 2017.08.30

독서하기 좋은 계절, 7월의 책읽기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문학동네) 결국, 혼자 살아가는 거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을 때, 그 짐을 나누어 져 줄 수 있는 사람이 혹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가? 뭐, 상황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느 순간 타인보다도 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가족이 아니던가.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제 멋대로 묶어놓고 부여해버리는 과중한 의미와 고래힘줄 같은 굴레. 내 가족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당신은 모른다. 오리진이 되라 (강신장 지음/쌤앤파커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오리진(Origin)"이 되기 위한 창조의 키워드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읽다 2010.08.04

게으른 이, 6월의 책읽기

워낙 기억력이 좋지 않은터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나서는 가능하면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려고 하나, 몸이 천근이고 마음이 만근이다보니 그것조차도 쉽지가 않군. 6월에 읽은 책은 네 권이다. 이상하게도 뭔가 굉장히 많이 읽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네 권 뿐이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新潮社) 때문인 것 같다. 책의 분량 자체가 상당한 데다가 하루키를 느껴보겠답시고 일본어 원서를 읽다보니, 사실 이 책 한 권 읽는데만 한 달이 거의 꼬박 걸린 거 같다. 그것도 제 1권을 읽는데만! (ㅡ,.ㅡ) 실은 동생이 한국어책을 샀다기에 중간에 포기하고 갈아타려 하였으나, 동생이 친구에게 빌려줬다며 가져오지 않는 관계로 기다리다가 어영부영 1권을 마치게 되었다. 그..

읽다 201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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