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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51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 유영미 옮김 / 갈라파고스 먹고 산다는 게 참으로 구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굶어죽지 않겠다고,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때가 되면 꾸역꾸역 음식물을 목구멍으로 밀어넣어야 한다는 게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한다. 소문난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감흥없이 삼시 세끼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밥을 안먹어도 되는 알약 같은게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을 땐 음식을 먹으면 되지만 보통 때는 알약 하나로 허기도 해결되고 영양 밸런스도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은 참으로... 배터지게 쳐먹고 배긁는데 내 배가 식스팩이 아니라 원팩이라서 짜..

읽다 2010.06.12

닫힌 시대에 열린 사회를 지향하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무수히도 많이 그리고 흔한만큼 무심히 들어왔지만, 특히 사극을 보고 있노라면 - 아무래도 드라마로 구성하다보니 극적 효과를 위해 특정 사건을 유난히 부각시킨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으나 - 그 옛날에도 서로를 물고 뜯고 밟고 올라서지 못해 안달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영 피곤하다. 그 때와 다를 바 하나 없는 오늘날의 정치판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조선 후기는 사회 전반에서 여러 문제들이 곪아 터지던 시기였다. 이에 대한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었으나 집권 노론은 자신들만의 특권을 강화시켜나갔고, 그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정파의 인물들은 심지어 국왕이나 세자까지도 탄압하거나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손에 의해 아버지 사도세자를 잃은 정조는 반란의 위협..

읽다 2010.06.08

여행, 그 한없이 설레게 하는 단어에 대하여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정영목 옮김/이레 지금은 잘 하지 않지만, 어렸을 땐 햇살이 맑은 날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움직이는 어떤 것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구경할 수 있어서, 창 밖의 풍경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라는 즐거운 느낌 때문에 차가 막혀도 지하철 보다는 늘 버스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버스가 나에게 주었던 느낌은 "떠난다"는 설레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 때 유행하던 광고 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뿐만 아니라 우리는 누구든지 떠나고 싶다. 한적한 시골에서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이기도 하며, 웅장한 건축물을 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며,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여.행.'이라..

읽다 2010.05.17

나 다시 돌아갈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 이것은 열아홉살의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세상의 기준에서 많이 모자라다고 할 정도로 더럽게 못생긴 그 소녀는 소년과의 사랑을 통해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소녀뿐만 아니라 소년도 함께 서로의 빛을 밝혀간다. 그러나 이 소설은 "외모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연서(戀書)"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많은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끄러워야하고 힘들어야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하는 이 사회 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조금의 다름도 용납하지 않는다. 잘생겼는지, 예쁜지,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읽다 2010.02.07

한 외로운 사람의 아주 특별한 기록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배용준 지음 / 키이스트, 시드페이퍼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는 말한다. 일본에서의 어느 기자회견 중 "추천해주고 싶은 한국의 여행지나 명소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부끄러웠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고. 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은 곳을 직접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온 사람의 아주 특별한 기록이다. 국내에서는 배용준의 행보를 탐탁치않게 바라보는 눈도 많지만, 일본에서의 그의 입지는 사실 상상 그 이상이다. '아줌마들에게 인기 많은 유명 연예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틀렸다. 그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 전체가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 사는 동안 욘사마에게 감사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다 2010.01.31

불편한 현실, 그리고 독설 <싱글도 습관이다>

이선배 지음 / 나무 수 사실 이 책의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야, 너 이런 책도 읽냐?" 이런 핍박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쵸큼 부끄럽기도 해서였다. 주목받지 못할 위치에 몰래 꽂혀있던 이 책을 발견한 내 동생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책을 구해오는 것이냐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음... 물론 내가 굳이 이런 책을 열심히 "구해서"까지 보는 편은 아니고(움찔움찔), 언젠가 신문에서 본 북리뷰가 기억에 남아 읽게 된 것 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겠다. 이런 구차한 변명을 해야하는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리뷰를 올리는 것은, 아직까지 싱글인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남녀들에게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 물론 내용 중에는 정말 어이없고 짜증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읽다 2010.01.31

<고래> 스토리텔링의 힘!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차라리 이 소설을 끝으로 천명관씨는 글을 안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영화감독 장진은 천명관의 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은 좋은 작품을 대하게 되면 아~ 이 작가가 앞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써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재미가 얼마나 강렬하고 유니크한 것이었으면 저런 생각을 했을까. 장진 감독의 저 한마디에 이 소설을 한시라도 빨리 읽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 는 기존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파격, 다채로움, 개성, 낯설음, 자유분방함을 갖고 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능력이 부러워 샘이 날 정도로 흡인력이 있고 힘있는 작품이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의 삼대로 이어지는 여자들의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는 ..

읽다 2010.01.30

행복으로 가는 비결 <행복의 정복(Conquest of Happiness)>

Bertrand Russell 지음 / 이순희 옮김 행복은 저절로 굴러들어오지 않으며 끊임없이 쟁취해야 한다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간다. 왜 행복이 나를 떠나버렸을까,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해 버트런드 러셀은 명쾌한 비결을 제시한다. 얼마전 "무슨 책을 주로 읽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답했다. "삶에 대한 의욕이 있을 때는 경제, 경영, 역사, 심리학 등 잡다한 책들을 읽고, 삶에 대한 의욕이 없을 때는 소설을 많이 읽어요. 그런데 요즘은 소설을 많이 읽어요" (ㅡ,.ㅡ) 문학이란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에 힘들고 우울할 때 문학작품을 읽게 되나보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러셀의 행복론을 읽고나서 그게 아님을 깨..

읽다 2010.01.27

<도쿄타워> 외롭고 외롭고, 외롭다

에쿠니 카오리(江国香織)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함께 살 수는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한 사람을 통한 것이든, 많은 사람을 통한 것이든 그런 건 상관없지 않은가. 스물두살의 토오루는 마흔 살의 시후미에게 말한다. 당신의 지나간 20대를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아쉽고 질투가 나는지 모른다고. 그러자 시후미의 대답. "난 토오루의 미래를 내가 함께 하지 못해서 얼마나 질투가 나는지 몰라."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는 너무나 쿨하고 명쾌한 대답에 - 같은 여자이지만 - 시후미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녀의 소설 속의 상처받은 주인공들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그렇..

읽다 2010.01.22

7~8월 독서일기

독후감이 너무 많이 밀린 관계로 한권씩 따로 쓰기는 귀찮고, 오늘은 좀 분위기를 바꾸어 한줄평 - 또는 두줄평 - 으로 간단히 갈음하고자 한다. 陽氣なギャングが地球を回す (한국어판 제목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이사카 코타로 지음 엉뚱하고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 명랑한 갱들은 로망을 위해 은행을 턴다. 기분전환에 딱!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the story about "obsession". What is my Oh Zahir?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이 책을 읽으신 우리 엄마는 책속의 주인공인 "너"와 엄마의 대화가 꼭 우리 모녀의 그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두 번 다시 이 책을 읽고 싶지 않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 김혜..

읽다 2009.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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