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도쿄타워> 외롭고 외롭고, 외롭다

호랭Horang 2010. 1. 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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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카오리(江国香織)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함께 살 수는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한 사람을 통한 것이든, 많은 사람을 통한 것이든 그런 건 상관없지 않은가.

스물두살의 토오루는 마흔 살의 시후미에게 말한다. 당신의 지나간 20대를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아쉽고 질투가 나는지 모른다고. 그러자 시후미의 대답.
"난 토오루의 미래를 내가 함께 하지 못해서 얼마나 질투가 나는지 몰라."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는 너무나 쿨하고 명쾌한 대답에 - 같은 여자이지만 - 시후미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녀의 소설 속의 상처받은 주인공들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그렇게 힘들게 멋있는 척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많이 외로워하고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시간에 감사해 할 줄 알고 사랑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사람들.

불륜을 불륜적이지 않게, 아름답게 서술했다고 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에쿠니 카오리가 정말 불륜을 미화하려고 이 소설을 쓴 건 아닐게다. 미화하려 했다면 또 다른 주인공 코지가 불륜에 얽힌 복수 속에서 괴로워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사실 일본어로 된 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나는 주인공 이름도 읽지 못했다. (일본어 이름의 경우는 보통 한자 읽기와 다르기 때문에 발음하기 어려움) 그냥 한자의 모양을 보고 누가 누구인지 파악했을 뿐이다. -.-; 그래서 주인공이 토오루와 코지라는 것도, 토오루가 그렇게 사랑하던 여인이 시후미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도 책을 다 읽고 난 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원래의 언어가 표현하는 느낌을 가능하면 왜곡없이 받아들이고 싶어서 무리를 좀 했다. 물론 원어에 대한 나의 이해가 짧아 오히려 작가의 의도를 못 읽어낼 위험도 있겠으나. ㅋㅋ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면, 본질이 아닌 것에 시시콜콜할 필요는 없다.
환상이 깨졌느니, 정신을 못차렸느니,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느니 그런 얘긴 Bull shit! 계속 정신 못 차리고 환상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정말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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