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

호랭Horang 2009. 4.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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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갈 때 한국책은 딱 두 권 싸들고 갔다. 그런데 그 나마 한 권은 다 읽지도 못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울지도 모르는 1년인데, 책이라도 실컷 읽지 왜 그랬냐고? 그 땐 한국말로 된 책을 읽고 있으면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 - 참 어이없지... 네이버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가 놓고선! - 일본어를 빨리 늘리고 싶다는 생각에 항상 일본책을 읽었는데, 이건 원 간단한 책을 읽어도 진도가 어찌나 느린지 소설 한권을 읽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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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생활의 (거의 유일한) 낙은 책이다. 그리고 특히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원제: Bad Samaritans)』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기쁨이다.

장하준은 이 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현실로서의 경제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방과 세계화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다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적이거나 신자유주의적인 조류에 대해 정통으로 반박하고 있는 그의 신랄하고 명쾌한 논리를 볼 수 있다. 이전에 장하준의 책을 읽은 적이 없는지라 그의 문체가 원래부터 이러한지 잘 모르겠으나 "생생하고 풍부하며 명료하다"라는 노엄 촘스키의 추천사에는 이의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선진국(=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게 길을 제시하는듯 하면서 권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실은 그들을 착취하기 위해 가장된 선(善)이다. 아니, 일부러 악의를 갖고 가장하지 않더라도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자신들이 선진국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과거에 대한 망각 내지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가난한 쪽, 경제적으로 약자인 자들은 보호받아야 하며 부자인 쪽, 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힘들 남용하거나 그들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되며 양심적이고 합리적이야 한다"

는 그의 꼬이지 않은 정의로움이다. 이것은 가난한 이에 대한 동정도 아니며, 가진 자에 대한 조롱이나 비꼼도 아니고, 단지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합리적인 사고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와 어른이 시소놀이를 할 때 어른은 지렛대의 중심에 조금 가깝게 와주어야 시소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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