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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다. 혜경궁 홍씨 역시 죄인의 부인이 되어버린 기구한 운명이었을지 모르나, 그녀의 집안은 조선 후기 긴 시간 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할 권력을 누렸던 노론이며, 그녀는 그 노론의 사람이었다.
사도세자와 그 죽음을 연구하면서 작가 이덕일씨는 여러가지 충격적인 해석을 내렸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들, 그리고 그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혜경궁 홍씨의 입장, 정조 독살설 등이 그것이다.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이 사도세자를 죽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사도세자의 부인으로서의 혜경궁 홍씨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에 대해서는 내가 알고 있었던, 아니 내가 상상했던 부분과 매우 다른 부분이 많다. 드라마의 하희라처럼 지아비를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온화한 세자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이다. 사료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기에 거부감이 크지 않으면서, 충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고 흡인력이 있다.
그러나 한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다. 이덕일씨가 한중록을 비판한 근거로 사용한 영조실록은 모두 진실의 역사라는 말인가. 사도세자의 죽음을 정신병으로만 몰고 가는 것이 잘못된 역사적 사실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정신병이 아니었다는 것을 밝히기 급급한 나머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의 영조를 단지 '똑똑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싫어하는 파렴치한 욕심쟁이 노인네'로만 만들어버렸다.
흥미로운 견해임에도 불구하고 읽고나서 개운한 느낌이 들지않는 것은 이 때문일까.
이덕일, 휴머니스트(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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