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나 다시 돌아갈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호랭Horang 2010. 2.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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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
이것은 열아홉살의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세상의 기준에서 많이 모자라다고 할 정도로 더럽게 못생긴 그 소녀는 소년과의 사랑을 통해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소녀뿐만 아니라 소년도 함께 서로의 빛을 밝혀간다.

그러나 이 소설은 "외모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연서(戀書)"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많은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끄러워야하고 힘들어야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하는 이 사회 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조금의 다름도 용납하지 않는다. 잘생겼는지, 예쁜지,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집에 돈이 많은지, 부모님이 뭘하시는지, 나이가 찼는데 결혼을 왜 안하는지,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왜 안갖는지, 그런 것들이 너무나 중요해지는 세상. 끊임없이 한국산 루저들이 양산되고 있는 거대하고 그래서 슬픈 공장.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해답은 두가지 이다.
그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가거나, 아니면 그 세상에서 <상상력>을 발견하거나 말이다.
그다지 슬프지도 않은 이 소설을 보면서 19살의 내가 생각나 - 19살보다는 39살이 가까워진 지금에 주책맞게도! -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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