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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65

소탐대실

한 조직원의 잡설 참 시끄럽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이용철 前청와대 비서관과 참여연대의 적극적인 가세로 사건의 전개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일개 말단직원으로서 뉴스를 접하는 동료들의 반응은 참으로 제각각이다. 우리 회사가 그럴 리 없다는 순진파에서부터 제대로 다 까발려야 한다며 흥분하는 응징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신차리자는 중도자성파에 이르기까지 다들 할 말은 많은 모양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의견은 다를지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한가지는 '실망감'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참으로 맥빠지게 하는 사건이다. 우리가 TV 한 대를 더 팔기 위해, 이익 몇 억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아니, 상상 그 이상..

쓰다 2007.11.24

4시 44분

신정아씨 사건의 많은 단서들을 PC내 이메일에서 발견했다고 하여, 최근 PC에서 과거 문서들을 완벽하게 지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다. 어제 받은 안철수 연구소의 메일에 따르면 PC에서 과거 데이터를 지우려면 거기에 새로운 것을 덮어 씌우면 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어떤 사람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영화를 용량 꽉 차게 잔뜩 다운받아 버리면 된다고. 『칼잡이 오수정』이라는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이상하게도 오수정이 시계만 보면 4시 44분이다. 벌이는 없고 맘은 좋아서 맨날 사기만 당하는 아빠에 치매걸린 엄마, 돈 쓸 일만 창창하게 남은 어린 남동생, 월급도 몇 개월째 안주는 나쁜 사장. 말만 들어도 답답한 이 모든 일들이 자신에게만 유독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

쓰다 2007.09.28

연기파 배우! 경영파 CEO?

전도연, 사람들은 그녀를 가리켜 흔히 "연기파 배우"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1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관객들에게는 10편 모두 다른 역할로 남아있다. 때로는 바보지만 때로는 똑똑한 의사, 때로는 소심하고 순정적인 여자지만 때로는 불륜을 주도하는 도발적인 여자, 때로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때로는 에이즈 걸린 창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연기의 스펙트럼은 넓다. 그녀는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지만 예쁘고 귀엽고 매력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조차도 모두 다 알고 있다. 아차, 전도연과 그녀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서두가 다소 길어졌다. 연기파 배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마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의미로 쓴 문구이리라. 그런데 한번 더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뭔..

쓰다 2007.06.10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일찍이 리쌍은 노래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가식적인 놈. 웃기싫으면 웃질 말든가. 누가 웃으라고 시켜? 왜 지 맘대로 웃고는, 나중에 웃는게 웃는게 아니라고 징징거려. 웃기 싫으면 웃지마! (버럭!)" 밤 11시까지 근무를 하는 날은 교통비로 3만원이 지원된다. 그런데 요즘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관계로 집까지 오면 택시비가 3만 5천원이 나온다. 오쉣~! 결국 나는 5천원을 내고 6시간을 추가로 일하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싸게 시간 보낼 수 있는 일이 없다. PC방 보다도 싸고, 찜질방 보다도 싸고, 극장 보다도 싸고, 노래방보다도 훨씬 싸다. 요즘 어디가서 단돈 5천원에 6시간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정말 Killing time엔 야근이 짱이다!

쓰다 2007.06.08

어떻게 늙어가고 싶습니까

1908년생인 포르투갈의 영화 감독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는, 그러니까 올해 백살인 그는 여전히 영화를 찍고 있다. 어느날 올리베이라가 입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서 걱정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병원의 예쁜 간호사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서 꾀병을 낸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백살이다. 그는 늙었을까?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젊은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를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의 삶에 열정적이고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많아보인다. 물론 직업의 특성상 좀 더 그런 면이 필요할 수도 있고, 또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유난히 부각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꼭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실 우리 주변에는 무엇인가에 살짝 미쳐있는 사람들이 많다. 훌륭한 기업의 경영자 ..

쓰다 2007.05.31

연말

출장 후 피곤에 쩌들어 있다가 어제 아침 간만에 늦잠을 자고 나서는 창밖을 내다 보았는데 눈이 소복이 와 있더라. 사무실로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내가 좋아하는 매서운 바람이 싸대기를 찰싹찰싹 갈기는 것이 12월 2일, 아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제법 "겨울답게" 눈도 보여주고 찬 바람도 불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예전 같았으면 연말에 무슨 공연볼까 설레하면서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예매를 하고도 남았을 시간일텐데, 이메일 함을 가득 채운 연말 공연 소식 뉴스레터들을 개봉도 않은 채 휴지통에 옮기면서 나이먹어가는 탓인가 솔로인 탓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 역시나 중도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더라. 너무 적극적이고 성급해서 일을 그르친 적도 있고, 너무 소극적인 감나무 작전(감나무 밑에 누워서 입..

쓰다 2006.12.03

궁중언어

언젠가 태원오빠가 했던 이야기인데, 사장님하고 커뮤니케이션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의 완곡함이 거의 '궁중언어' 수준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궁중언어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뭐 이런게 아니라 예를 들면 이런거다. ~하는 것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 해보나마나 별볼일 없다. ~수익이 제한적일 듯 하다. → 이문이 안남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당장은 손떼겠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 개나소나 다 뛰어드는 상황이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다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나는 현재 판단이 안선다. 그 땐 그냥 ㅎㅎㅎ 웃고 넘어갔는데, 요즘은 나도 궁중언어를 좀 배워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궁중언어는 아부성 발언과는 성격이 다..

쓰다 2006.11.11

雙春年을 보내는 솔로들의 마음가짐에 관하여

쌍춘년. 이 오라질 年. 빨리 끝나라. 제발. 유난히 일찍 결혼한 친구가 많은 탓에 남들의 결혼식이야 일찍부터 수없이 따라다녔지만 그간 솔직히 부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 간혹 어떤 친구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부럽다고 하는 친구도 있으나, 뭐... 나는 이것조차도 아니었다. - 올해는 서른 또는 만스물아홉이라는 친구들의 나이도 나이인데다가 덴장, 도대체 "20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어이없는 쌍춘년이기까지 한 바람에 적지않게 많은 결혼소식을 듣고 얼굴을 들이밀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좀 괴롭다. 쌍춘년이란 말 그대로 입춘(양력 2월 4일)이 두 번 들어있는 해를 말한다. 혹자는 쌍춘년은 만물이 소생하는 입춘이 두 번이나 끼여 있으므로 결혼 등에 좋은 해라고..

쓰다 2006.10.30

어릴적 꿈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어릴적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도 서로 어릴적 꿈을 물어보았는데 모두들 제각기 나름대로 멋진 꿈들이 있었더랬다. 재미있게도 우리 셋에게는 공통된 꿈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자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 중 어느 한 사람도 그 꿈을 계속 쫒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꿈이란 이루기 쉬운 건 아닌가보다. ^^ 나의 어릴 적 또 다른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물론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며 그 꿈은 여러번 바뀌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그 꿈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지만. 피아노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그 날 배울 곡을 가르쳐 주신 후 내 악보에 1, 2, 3, 4, 5 를 써주신다. 그러면 나는 한번씩 연습할 때마다 악보 위에 쓰인 저 숫자에 하나씩 동그라..

쓰다 2006.08.30

함께 산다는 것

이것으로 우리의 1년 반 동안의 동거는 끝이 났다. 혹자는 룸메이트와의 불화로 인한 결별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 무근의 스캔들일 뿐이며, 우리는 안타깝게도 “경제적 이유”로 헤어졌을 뿐이다. 감히 장담하건데 심지어 나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룸메이트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와의 동거를 통해 “남과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결혼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약 30%는 그녀 덕분이다. 어찌되었건 우리의 생활은 전통적인 “가족”이나 “부부”관계가 아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는, 그 자체로 충분한 삶의 형태라는 - 내가 전부터 생각해 온 바를 훌륭히 증명하며 - 결론에..

쓰다 200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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