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연애의 작전

호랭Horang 2009. 10. 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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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연애'라는 단어와 '작전'이라는 단어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비현실의 세계를 떠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왠지 연애를 작전이나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나도 한때 작전이라는 것을 써 본 적이 있다. 이름하여 감나무 작전.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참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여유있는 작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지 않은채 상대를 배려하는 아름다움까지도 깃든 작전이다. 

그러나 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감은 감나무 주위를 기웃거리며 화려한 작전을 펼치던 여우같은 기집애가 결국 따가버렸다.

나의 작전이 작전치고는 소극적이기 그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 감은 내가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몰랐을테니까.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그 감이 내가 감나무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가끔 들긴한다.

내가 이 작전을 선택한 이유는, 상대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거절당해서 소중한 관계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설령 내가 그 때 그 감에게 말을 꺼내보았다고 해도 그 감이 크게 난처해하지는 않았을 것 같으며, 또 설령 난처해졌었다고 해도 그것은 순간이었을 것 같으며, 또 거절당했다고 해도 관계를 망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욱 현실적으로는 그 때 관계를 망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다고 보장된 것이 아니기에 참으로 의미없는 걱정이었던 셈이다. 내가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인간관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좁디좁아져 심지어 아주 친한 사람들조차 자주 볼 일이 없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어 보려 한다. 작전명은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작전"이다. 한국말로 하자면 노란손수건 작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내용은 이렇다. 3년간의 형기를 마친 한 남자가 사랑했던 애인이 아직도 자기를 받아줄지 몰라서 편지를 쓰고 찾아간다. "나를 기다린다면 내가 지나가는 길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시오"라고 말이다. 결국 그 날이 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마을을 지날 때, 버스기사와 함께 탄 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나무엔 수백개의 노란 리본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전의 핵심은 상대방에게 나를 선택하길 강요하지는 않되,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은 알려주는 것이다. 감나무 작전의 핵심인 극도의 우연성을 넘어서 적어도 내가 너에게 가려고 한다는 이 쪽의 의도와 타이밍 등 기본정보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I'm coming home I've done my time
And I have to know what is or isn't mine
If you received my letter
Telling you I'd soon be free
Then you'd know just what to do
If you still want me
If you still want me

Oh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It's been three long years
Do you still want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I'll stay on the bus, forget about us
Put the blame on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Bus driver please look for me
'Cause I couldn't bare to see what I might see
I'm really still in prison
And my love she holds the key
A simple yellow ribbon's all I need to set me free
I wrote and told her please

Oh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It's been three long years
Do you still want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I'll stay on the bus, forget about us
Put the blame on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Now the whole damn bus is cheering
And I can't believe I see
A hundred yellow ribbons
'Round the ol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ie a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나는 아직 형기를 마치지 못했기에, 언제 이 작전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그 날이 온다면 Tie a yellow ribbon 작전을 꼭 써보고 싶다. 물론 노래 가사와 같이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적어도 감나무 작전이 허무하게 종료된 후의 아쉬움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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