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일본 야마나시 -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조용하게

호랭Horang 2014. 7. 23. 23:15
반응형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고장, 야마나시현(山梨県)에 다녀왔습니다


야마나시(山梨)는 포도가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여름이 되면 "부도우가리(ぶどう狩り)"라고 하여 농장에서 직접 포도를 따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로도 유명합니다. 지인들과 부도우가리를 해보려고 야마나시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아쉽게도 비가 오고 날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포도 농장은 들르지 못했습니다.
포도 이외에 야마나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1521-1573) >이라는 인물입니다. 

  

타케다 신겐은 누구?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입니다. 타케다 가문의 제 19대 당주로, 현재의 야마나시현인 카이(甲斐)의 다이묘(大名)입니다. 그러나 야마나시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으며 인기가 있는 무장 중 한 사람입니다. 본래의 성은 겐지(源氏).


아버지인 武田信虎에 이어 타케다 가문을 계승하고 이웃나라인 시나노(信濃)를 침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립한 에치고(越後)의 우에스기 겐신(上杉謙信)과 5차에 걸쳐 카와나카지마(川中島, 현재의 나가노 남부) 전투를 행하면서 시나노를 거의 평정하고 본거지인 카이에 더하여 시나노, 스루가(駿河, 현재의 시즈오카현 오오이가와 지역)를 비롯 근처의 나라들을 복속시키는 전국 유력가문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카이의 호랑이(甲斐の龍)』라고 불리며 강대한 다케다군을 인솔했던 그는 미카와(三河)에서 병을 얻어 52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병사하고 맙니다.

일본에서는 그가 일찍 병사하지 않았다면 일본을 통일할 만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로, 에도(江戶)시대부터 근현대에 걸쳐서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풍림화산(風林火山, 후우린카잔)


신중하기로 소문난 일본 제일의 무략가 다케다 신겐. 그의 군대의 깃발에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문구가 씌여있었다고 합니다. - <스트리트 파이터2>의 류의 스테이지에 세워져있던 간판에도 나온다고 하네요 -

 

13살 때 첫 출전을 했으며, 16세 때는 단 300명으로 군사로 아버지도 낙성시키지 못했던 성을 단숨에 해치운 적도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노련미를 갖추게 되어 가는 곳마다 뛰어난 전법으로 승리를 일구어 명성을 날렸습니다.

그는 전장에 나가면 형세를 관망하면서 미리 짜놓았던 수많은 계책을 하나하나 실행시키는 치밀한 무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이 공격해와도 견고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미리 정해진 계책으로 하나하나 막아가며 절대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름 앞에서는 젊은 날의 오다 노부나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조차도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훗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나는 군사적 전술은 신겐에게서 배웠다."라고 말했다고 하는 일화도 있습니다. 


 

 

매년 NHK에서는 대하드라마를 한 편씩 방영하는데, 2007년의 작품이 다케다 신겐 시대의 이야기인 "풍림화산"이었다고 하는군요.

 

일본의 등촌칼국수, 호오토우(ほうとう)

 

야마나시의 유명한 향토요리로는 호오토우가 있습니다.

 

 

면과 함께 각종 야채를 된장국물에 끓여낸 전골요리입니다. 면은 오른쪽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일반 우동보다는 두꺼우면서도 납작한 모양입니다. 칼국수보다도 더 두껍기는 합니다만, 전체적인 모양새 뿐만 아니라 맛도 한국식 샤브 칼국수와 꽤 비슷하기에 먹으면서 여러가지 그리운 고향의 음식(?) 생각이 나더군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흐리고 스산한 날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돼지고기 등을 넣기도 합니다.


음식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합니다만 그 중 하나는 타케다 신겐과 관련이 있는 설로, 같은 발음을 가진 『宝刀』로부터의 기원설인데요, 타케다 신겐이 자신의 칼(刀)로 스스로 음식의 재료를 썰어 전투에 출병하기 전 병사들에게 먹임으로써 사기를 드높히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고 하는 설이 꽤 퍼져있습니다. 혹자는 이것을 관광과 연계시켜 판매하기 위해 억지로 지어냈다고 하기도 합니다만.


야마나시현의 코오후역은 도쿄에서 한시간반에서 두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당일치기로도 어렵지않게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처럼 감기기운이 있어 몸이 찌뿌둥 한 날 얼큰하고 뜨끈뜨끈한 호오토우의 맛이 더욱 그리워지는군요.

 

- 2009년 2월 16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