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통영

호랭Horang 2006. 9. 1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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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캄보디아 3편이 아직 남았지만, 그건 사진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날잡아서 올리는 것으로 하고 순서를 살짝 바꿔 이번 여름 휴가지 이야기부터! *

통영 / 화순 (2006.8.27 ~ 2006.8.30)

아지매요~ 지 통영 갔다 왔니더~
행님~ 저 화순으로 여행다녀왔어라~

"광어대자회"가 갑자기 "소자회"가 되었냐는 엄마의 말씀처럼 정말 그랬다. 다들 시집장가가고,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고, 이제 남은 건 셋 뿐. 가까스로 만든 휴가를 그냥 넘기기가 아쉬워서 우리는 어디로든지 가기로 했고, 목적지는 채팅 중 즉석에서 충무(통영)로 낙찰을 봤다. 돌아오는 길에는 여독(?)을 풀기 위해 화순에 들러 온천하는 코스로 정했다. 물론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충분한 취침으로 전혀 여독이 쌓이지 않았지만서도... 어쨌든 계획은 그랬다.

일요일에 출발해서 그런지 도로사정은 매우 좋았다. 간간히 비가 오는 것만 빼면. 간만에 보는 진기사의 운전솜씨는 대단했다. 옛날보다 운전이 매우 다이내믹해진 것 같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딜러 스타일이 그대로 뭍어나는 드라이빙 테크닉... 에그, 다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나보다. 어쨌든 내 차가 그런 속도로 달릴 수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려가는 길에 대전을 지나 금산에 있는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인삼즙으로 원기를 보양했다. 쌉싸름 한 게 나쁘지 않았다. 식사 후 드라이버가 신기사(me)로 교체되었다. 사실 우리 셋 중 여러모로 가장 '기사'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박선생은 공교롭게도 이번 여행 중 단 한번의 기사도 되지 않았다. 기사하면 뭐니뭐니해도 박기사인데 말이야... 어쨌거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조금 더 달려 우리 차는 톨게이트를 빠져나왔고, 오... 거기서부터 충무 마리나 리조트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그림같았다. 시골의 지저분한 항구로만 생각했었는데 기대 이상의 Nice View! '작업의 도시'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오후 4시경 목적지인 충무마리나리조트에 도착하여 간단히 짐을 풀고 앞으로 박선생이 준비해온 대한민국 남부지방 맛집 파일들을 보며 3일간의 여행계획을 짰다. 주로 먹을 것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코스였다. 오늘은 시간이 애매하여 다른 activity는 어려울 것 같고 일단 주변을 탐방하고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몸을 푸는 차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기로 했다. 이게 몇 년만에 타보는 자전거냐... 신이 나서 출발을 했는데, 어 이상했다. 자전거 타기가 너무너무 힘든 것이다. 그래도 한때는 만능운동맨으로 불리우던 내가 아닌가. 마라톤 10km 쯤이야 거뜬하게 달리곤 했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이건 아니자나, 이건 아니자나~ 생각하며 다리에 더욱 힘을 주어 페달을 밟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안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앞에 가는 두 녀석에게 외쳤다. "야! 좀 쉬었다 가!" 그런데 페달을 움직이던 발을 멈추는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핑돌았다. 오~ 이게 뭔가. 우에에에에~~~~ 오바이트가 나올 거 같아서 친구들만 먼저 보내고 난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사실은 눕고 싶었지만 장소가 낯선 장소이니만큼 자제했다. 알고보니 내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하나도 없었다. 바퀴도 바퀴지만 일단 내 체력이 많이 소진된 것 같다.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30대인가 ㅠ.ㅠ (얼마전 게시판에 '서른을 코앞에 두었다'고 썼다가 엄청 욕먹었는데 참으로 민망하군. 쩝) 자전거를 끌고 쓸쓸히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대여점을 발견하고 바람을 넣었다. 돌아와서 친구들은 사우나에 갔으나 나는 아무래도 탈진한 것 같아서 사우나도 못가고 바나나를 먹으며 - 마라톤 하면서 바나나랑 초코파이 먹잖아.. 그래서 바나나 ^^; - 휴식을 취해야 했다.

사우나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첫번째 음식탐방지인 다찌집으로 향했다. '울산다찌'라는 곳인데 여긴 최소한 4명 이상이 가야 산해진미를 맛보기에 적절하리라 생각된다. 기본 4만원에 맥주 2병, 소주 2병, 안주는 술에 맞춰서(!) 알아서 딸려 나온다. 그 이후 추가는 소주 한병에 만원, 맥주 한병에 6천원이다. 10만원을 넘어가면 성게알 등 진기한 안주가 나온다하여 시도하고자 나름 노력했으나, 역시 세명으로는 무리였다. 게다가 평균 이하의 주량을 보유한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쨌거나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계속 나오는 싱싱한 해산물 안주에 적당히 알딸딸하게 즐거운 저녁식사였다. 이 날부터 우리는 삘 받았다하면 새벽이고 아침이고 바로 미국으로 전화를 해댔다. 친구들과 다같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에 그랬겠지...

방에 돌아와서는 TV를 좀 보다가 잤다. -.-;

다음 날은 요리사 진선생이 해주는 맛있는 아침을 먹고난 뒤 - 놀러가는데 청국장까지 랩에 꽁꽁 싸오는 친구를 본 적 있나 허허 - 해금강과 외도 구경을 가기로 했다. 콘도에서 관광패키지로 운영하는 외도행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 배를 탔다.
우리 배는 환타지아 2호. 선장님이 예삿분이 아니심을 우리는 배를 탄지 5분 이내에 알아차렸다. 청산유수같이 쏟아내시는 인삿말과 더불어 즉석에서 노래방을 가동, 환영가를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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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은 so 뷰티풀 그 자체였다. 게다가 운좋게도 파도와 바람이 심하지 않아
10번 와도 그 중 한번도 구경가기 쉽지않다는 십자동굴까지 들어갔다 나올 수 있었다.

해금강 구경을 마치고 외도로 갔다. 외도는... 이쁘긴 했으나 솔직히 너무 더웠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 계속 되었고 관광객들도 너무 많았다. 쩝. 섬을 한바퀴 돌고나서 팥빙수로 더위를 식히는 휴식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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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별장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멋쟁이 선장님은 돌아오는 배 안에서도 역시 이별의 노래를, 그것도 개사까지 하셔서 부르셨고, "나 간다~~~" "안뇨오오오오옹" 등의 유행어를 남기시고 우리를 내려주셨다.

콘도에 돌아와서 역시 사우나를 한 판 하고 잠시 쉬다가 회를 뜨러 중앙시장에 나갔다. 저승사자도 이걸 못먹고 죽은 사람은 다시 돌려보낸다는 바로 그 넘, 농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농어 한 마리와 참돔(확실치 않음. 열대어처럼 줄무늬 있는 생선) 몇 마리를 섞어 3만원 어치를 사고 - 회가 정말 쌌다 - 매운탕 양념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점심을 조금 늦게 먹은 탓인지 배가 덜 고파서 통영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호젓한 달아공원에 놀러가서 산과 바다의 정기를 받으면서 이 곳이 진정한 작업의 도시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얘네들과 같이 올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너무 야속했다. 음...

숙소로 돌아와서 회 쌈싸주기를 몇 바퀴 돌리고 개운한 매운탕까지 끓여먹은 다음, 또 TV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이것 때문에 박선생한테 두고두고 욕을 먹었는데, 그나마 나는 천만다행으로 자다가 깨서 진선생보다는 욕을 조금 덜 얻어먹었다. 하여튼 이 날 야심만만, 해피투게더, 진품명품 및 웃찾사에 개그콘서트까지 우리가 좋아하는 웬만한 연예 프로그램은 다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날 처음 보게된 개콘의 마빡이 때문에 웃겨서 기절한 뒤 잠이 들었다.

세 번째 날은 전라도 화순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여유있게 일어나 복국 집을 찾아가 시원한 복국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충무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바로 충무김밥을 챙겨가지고 점심으로 먹기로 하고 화순으로 향했다. 진기사의 화려한 운전솜씨 덕에 너무 빨리 화순에 도착해 체크인을 할 수가 없어서 콘도 로비에서 충무김밥과 김치를 먹었다. 근데 솔직히 충무김밥은 서울에서 먹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약간 실망이었다.
화순 금호리조트에는 아쿠아나라는 수영장이 있다. 여기 가서 슬라이드 몇 번 타주고 헤엄 좀 쳐주니 오후가 금방 갔다. 진선생과 나는 이번 여행 중 수영장 코스를 위해 수영복 두 벌 - 왜냐, 미끄럼틀 너무 많이 타서 수영복 엉덩이 닳을 때를 대비 ^^; - 및 실외 수영장에서 휴식하면서 읽을 책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왔으나 정작 수영장 갈 때는 깜빡 잊고 전부 방에다 놓고 가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물에서만 죽도록 놀았다. 한편 자기는 실내풀에서 꼼짝도 안할거라 단언했던 박선생이 막판까지 실외수영장에서 싱크로나이즈를 하면서 놀아서 우리의 빈축을 샀다.

점심이 부실하기도 했지만 역시 물에서 놀아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팠다. 오늘 저녁은 고기 파뤼. 근처에 있는 농협에서 조달한 싱싱한 고기를 구워 먹은 후 드디어(!) 노래방으로 갔다. 노래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만약 오늘도 일찍 잘 경우 앞으로 3대가 두고두고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저녁 때 본 해피투게더 - 박선생과 나는 어제 봤던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또 봐야했다 - 에서 나왔던 김지호의 갈등, 죄이에게 등에 도전하며 간만에 복고 버전으로 구수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어제 박선생이 심히 욱하신 나머지, 진선생은 거의 부산으로 쫒겨날 뻔 했고 나는 회사를 짤릴 뻔한 위기에까지 처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저녁 평소보다는 약간 더 긴장해주었다. 그러나 숙소에 돌아온 진선생은 역시 오늘도 일찍 잤고, 박선생과 나는 단란하게 K-1을 시청했다. -.-; 후에 진선생은 순전히 운전을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잘 수 밖에 없었다고 강하게 어필했지만 박선생의 비수같은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은 대략 잘 놀고 잘 먹고 매우 잘 잔 Well-being 여행 - 이거이 바로 요즘 여행의 트렌드 -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충무는 좀 멀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여유있게 거제도까지 같이 보는 코스가 좋을 것 같다. 이번엔 사진을 거의 못찍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택시 아저씨가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나폴리가 서양의 통영"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셨던 미항(美港). 통영 원츄~
"안뇨오오오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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