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영향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내 머릿속의 사도세자라 하면 아직도 어렸을 적에 본 『한중록』이라는 대하드라마에서의 정보석이 생각난다. 처음엔 자상하고 부드러우며 총명하였으나 마지막엔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뒤주에 갖혀죽어야만 했던 불쌍한 세자의 모습. 정보석의 그 미치광이 역할은 어렸던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나보다. 드라마의 원작이었던 한중록은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죽기 10년전에 남긴 기록으로, 이덕일씨가 "거짓의 기록"이라며 이 책 전반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사료이다.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다. 혜경궁 홍씨 역시 죄인의 부인이 되어버린 기구한 운명이었을지 모르나, 그녀의 집안은 조선 후기 긴 시간 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할 권력을 누렸던 노론이며, 그녀는 그 노론의 사람이었다. 사도세자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