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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17 오늘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일이다. 아우, 떨려... 이 몇 년만의 수능 시험인가. 어제는 예비소집일이었다. 그렇지만 도저히 회사에다 할 말이 없어 예비 소집에 참석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일도 바쁜 와중에 이틀 연속으로 휴가를 쓰는 것은 너무 민망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설마 예비소집 안갔다고 시험 못보게 하지는 않겠지... 걱정이 되어 네이버에 물어보았다. 다행히 예비소집날은 안가도 된다고 지식인에 나와있다. 고사 당일 아침에 좀 일찍 가서 본부에서 수험표를 받으면 된다하니 OK. 월급쟁이로 사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수많은 대안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능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나이 스물 여덟에 수능을 다시 봐서 뭐하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학생 팔자가 상팔자다. ^^; 부모님 눈치가 조금 보일 수는 있겠지만... 게다가 한의대에 가면 28살은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니라니 별로 겁날 것도 없다. 그렇지만 회사를 그만 두고 시험 준비에 All-in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날 때 조금씩 들춰 보는 걸로 하고 일단 책을 산 것이 7월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사놓고 펴보지도 않은 책이 도대체 몇 권인가) 그러나 상반기에 회사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하반기 대책 회의니, 법인장 회의니 해서 혼을 쏙 빼놓은 사이 어느 새 9월이 되어 버렸다. 사실 TV는 하반기가 성수기라서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회사에서는 위기 경영이랍시고 이 호들갑을 떤다. 비록 공부를 거의 못했지만, 막상 시험 접수를 하고 나면 시험에 대한 예의로 그나마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접수를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예의에 대한 개념에 밥말아먹은 상태였다. 거짓말 안보태고 문제집도 한 권 제대로 안풀었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나는 요행을 바라는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시험은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일단 보기로 한 거니까 오늘만큼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룸메이트의 정성이 어린(?) 우유와 김밥, 그리고 초코렛 몇 개를 챙겼다. 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멍하니 앉아 있으면 민망하니까 문제집을 하나 가방 속에 찔러 넣었다. 예비소집에도 안가 학교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일찌감치 집을 나서 모범콜을 탔다. 06시 40분 "수원생명과학고 가주세요." 기사 아저씨가 어딘지 모른다고 하신다. -.-; 분당 택시라서 수원 지리를 잘 모르시나보다. 그래도 다행히 차 안에 네이게이터가 있어서 입력을 하니 위치가 나온다. 집에서 워낙 일찍 서둘러 나온 터라 아직 길이 막히지 않아 여유있게 학교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시험 잘 보라고 해주셨다. 히히~ 07시 10분 학교 앞은 이미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북이며 꽹과리, 힘찬 구호에 노랫소리까지. 으이구~ 귀여운 것들. 그렇지만 얘들아, 누나 쪽팔리거든? 캄다운 하거라...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조용히 정문으로 들어갔다. 예비소집에 안가서 수험표를 못받았기 때문에, 일단 고사본부로 갔다. 장학사들이 몇 분 앉아계셨다. "저 어제 예비소집에 못와서 수험표를 못받았습니다." "그래? 시험 접수증 줘봐." 대놓고 반말을 하신다. 회사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어딜가나 처음부터 반말을 듣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약간 적응이 안되었으나 동시에 슬쩍 기분이 좋다. 내가 고등학생처럼 보인다는 말? ㅋ ㅑ ㅋ ㅑ ^^v~~~ "왜 예비소집을 안오고 그래?" "네... 제가 회사를 다녀서요, 휴가를 낼 수가 없어서요." "(움찔하며) 아.. 그, 그러세요?" ㅋ . . .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없.다.고.한.다. 내 수험표가 이 곳엔 없다. 어찌된 일인가!@#$%^&*()? 장학사도 당황하여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신다. 그러더니 내 수험표는 "나의 고사장"으로 가있다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예비소집 학교가 고사장인데? 시험 당일 수험장 못찾아서 당황하지 말고, 미리 위치 파악해놓으라고 예비소집을 하는 것이 아니냐 말이다... 네이버 지식인에도 분명히 그냥 가면 된다고 했는데, 이런 덴장...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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