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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43

일본 나오시마 -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미술 작품을 보러 섬까지 온다? 언젠가 잡지에서 나오시마(直島)의 소개를 보고, 막연히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미용실에 있던 잡지라서 제 맘대로 찢어 가질 수도 없고 해서 섬의 이름만 기억해두고 넘어갔습니다. - 이번에 히로시마현과 오카야마현을 다녀오면서 마침 근처에 있는 나오시마를 발견, 반가운 마음에 하루를 할애하여 일정에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곁다리로 들어간 나오시마는 새롭고 즐거운 보물로 가득찬 섬이었습니다. 예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자, 나오시마로 출발! 나오시마는 어디? 나오시마는 행정구역 상으로는 시코쿠(四国, 일본의 큰 네 개의 섬 중 본토의 바로 남쪽에 있는 섬)의 카가와현에 속해 있는 섬입니..

걷다 2014.07.24

일본 야마나시 -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조용하게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고장, 야마나시현(山梨県)에 다녀왔습니다 야마나시(山梨)는 포도가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여름이 되면 "부도우가리(ぶどう狩り)"라고 하여 농장에서 직접 포도를 따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로도 유명합니다. 지인들과 부도우가리를 해보려고 야마나시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아쉽게도 비가 오고 날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포도 농장은 들르지 못했습니다. 포도 이외에 야마나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라는 인물입니다. 타케다 신겐은 누구?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입니다. 타케다 가문의 제 19대 당주로, 현재의 야마나시현인 카이(甲斐)의 다이묘(大名)입니다. 그러나 야마나시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높은 지명도를..

걷다 2014.07.23

제주도 걷기 ② - 무위재에서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서 주변 경관을 보니 어젯밤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고 잠시 생각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 곳은 무위재라는 펜션으로 중문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차들이 많은 해안도로변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통행량이 적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도로 쪽으로 위치하고 있어 주변이 매우 조용하다. 무위재는 건축가 편승문씨라는 분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라고 한다. 왠지 펜션 이름과 외관에서 풍기는 냄새가 범상치는 않아보였다. 지금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은 멋지고 인상 좋으시고 게다가 마음까지 좋으신 화가이신데, CJ부부와 마찬가지로 제주도가 좋아 서울을 털고 무작정 제주로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은 제주 초보이시다. 역시 제주도엔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있나보다. 날이 좋아 마라도로 가는 배가 정..

걷다 2009.11.01

제주도 걷기 ① - 올레길 옵디가. 놀당갑서.

2009. 9. 8~12 늦은 여름휴가. 제주도에서. 11:40 제주공항 도착. 달라진 제주공항의 풍경. 배낭을 짊어빚고 등산화를 신은 올레꾼들이 많이 보인다. 덕분에 처음 타는 시외버스인데도 긴장이 되지 않고, 적당히 따라내리면 되겠거니~ 맘이 편하다. 실은 요즘 운동을 너무 안해서 이렇게 갑자기 걷는 것은 무리일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올레가 "치유의 길"이라지만 잘못하면 치유가 아니라 병만 얻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원래 나의 로망이었던 네팔에 가고 싶었던 마음을 그냥 접어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좀 무리를 해서라도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네팔 안나푸르나 트랙킹을 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같이 일주일 이상 휴가내는 게 어려운 직장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정이다. 그리..

걷다 2009.10.18

티벳 ⑤ - 두고오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어제 잠을 좀 자서 그런지 오늘은 한결 덜 피곤하다. 아니면 낮에 먹은 Red Bull의 영향인가. 이전글 2007/09/19 - [걷다] - 티벳 ④ - 둘루, 짜시델레간체를 출발, 오늘은 다시 라싸로 돌아간다. 속도 제한으로 라싸까지는 7시간 정도 걸린다 하니 오늘은 아마 차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듯 싶다. 그러나 가는 길에는 봐도봐도 여전히 놀라운 풍경들이 계속 되어 지루하지 않다.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제, 그제, 시가체와 간체를 돌고 해발 4,900m의 얌드록초까지 올라갔다가 3,500m의 라싸로 돌아오니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지칠 대로 지친 일행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라싸 시내에 단 하나 있다는 한국 식당 '아리랑'으로 갔다. 찰진 쌀밥에 된장..

걷다 2007.11.11

티벳 ④ - 둘루, 짜시델레

여행 중 문득 기억이 흐릿해지는 그런 때가 있다. 아마도 나에겐 시가체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반나절 동안 타시룬포 곰파만 방문하고 바로 이동한 관계로 머물렀던 시간이 짧은 탓인가. 이 곳에 대한 기억이 별로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전글 2007/09/14 - [걷다] - 티벳 ③ - 길 위에서 시가체는 짱(Tsang)으로 불리는 남부 티벳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한 때 티벳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라싸에 이어 티벳에서 두 번째로 번창한 도시이고, 이 곳에 있는 타시룬포 곰파는 바로 제 1대 달라이 라마가 지은 사원으로 역대 판첸 라마의 영탑을 모신 공간이다. 빛바랜 옛 영광을 나타내는 듯 타시룬포의 규모는 웅장했다. 아침 일찍 갔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기도하는 티벳 사람들은 많았다...

걷다 2007.09.19

티벳 ③ - 길 위에서

오늘도 역시 조캉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어제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속아 분한 마음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조캉은 과연 사람의 욕심을 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 오늘은 간덴 곰파에 가는 날이다. 여기까지 쓰고는, 내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었나 하고 수첩을 뒤적여 본다. 그 날 일기에는 이렇게 써있다. 2007. 8. 28. 火 너무 피곤해서 일기 생략. ㅡ,.ㅡ 여기는 소설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어쨌거나... 끄응... 출발해보자. 티벳의 도로에서는 - 대부분 왕복 2차선인데 - 추월이 밥먹듯 이루어진다. 그러다보면 마치 치킨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도 있다. 내 차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전방의 차를 볼 때면 정말 스릴 만점이다. 속도위반 카메라가 없는 대신..

걷다 2007.09.14

티벳 ② - 無題

새벽에 조캉 앞에 가 보려고 아침잠을 떨치고 일찍 일어났다. 아침잠이 많아 왠만해선 이런 일이 별로 없는데, 이 곳에선 왠지 빨리 일어나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직 해도 뜨기 전 어슴푸레한 그 이른 새벽, 조캉 앞은 이미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관광객과 상인들이 나오지 않아 조용한 시간, 오로지 절하는 사람들의 손바닥이 땅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와 입안으로 조용히 중얼거리는 기도 소리만이 조캉 앞을 울리고 있었다.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기도하는 모습이 평안해 보인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기도하게 하는가. 욕심도 없어보이고, 괴로움도 없어보이고, 행복해만 보이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기도할까. 아침을 간..

걷다 2007.09.12

티벳 ① - 내가 속해있지 않은 세상 속으로

티벳 (2007.08.25~2007.09.02)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 대개 - 즐겁지만, 때로는 감당이 어렵기도 하다. 사실 꼭 티벳일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건데 티벳은 Best Place였다. 출발하기 전 부서 사람들이 고산병에 대한 겁을 많이 주었고, 친구들은 나의 여행관 내지는 더 크게는 인생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해주어 나는 다소, 아주 약간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었다. 게다가 나의 게으름 탓에 티벳 입경허가서 준비도 늦게 되는 바람에 이번 여행 확 때려치워...? 하는 생각도 순간적으로 했었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날짜는 꾸역꾸역 지나가고 어느 새 나는 다시 짐을 꾸린다. 청두(成都)로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라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청두에 ..

걷다 2007.09.09

캄보디아 세번째 이야기

이게 도대체 얼마만에 쓰는 3편이냐... 여행 다녀온지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간다. 나의 게으름이란. 어쨌거나 사진들과 여행안내서, 약간의 메모들, 그리고 전혀 믿지 못할 내 기억력에 의존하여 한 번 써보도록 하겠다. 3일째. 오늘은 일출을 보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타고 갈 뚝뚝이는 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새벽에 나가보니 뚝뚝이 기사가 아침에 늦을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아예 호텔 앞에서 자고 있다. 이런 Professional 정신으로 무장한 뚝뚝이 아저씨 같으니라구! 춥지 않은 곳이라 입돌아갈 걱정은 안되지만 왠지 부시시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측은하기도 하다. 어둠 속을 뚫고 앙코르와트로 모여드는 사람들 아침을 먹고, 앙코르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반띠아이 쓰레이로 향했다. 반띠..

걷다 2007.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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