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훈의 문체는 늘 부담스럽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그의 글은 외면할 수가 없다. 과잉된 감정표현, 잔뜩 멋부린 듯한 문체, 난무하는 피동형의 문장, 말장난과 같은 반복되는 문구들... 그의 글들에 대해 반감을 갖게 하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또 그의 책을 손에 든다. 이것이 그가 가진 카리스마일까. 병자호란 당시 청의 대군이 둘러싼 남한산성 안에 갇혀 있던 인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과 삶의 영원성이 치욕을 덮어줄 것이라는 주화파 최명길의 다툼 속에 갇힌 무력한 인조에게 삶은 그야말로 치욕을 견디는 나날일 뿐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370년 전의 치욕의 역사를 읽는 나도 가슴이 답답해질진대, 그 치욕을 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던 사람들의 무참함은 어떠했을까.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