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특이하다 함은...
일반적으로 소설이라는 문학은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유별난 애정이 없이도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혀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칼의 노래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끝까지 읽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작가의 해석방법, 강함과 섬세함이 혼재된 독특한 문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끝장을 보게 한 책이다. 오히려 실상은 전혀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글이었다.
작가 김훈은 한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는데. (한국소설은 그 단어의 미묘함 때문에 영역할 때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니, 김훈의 문장을 다른 나라 말로 제대로 옮길 수 있으리라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가 없다. -.-;) 그의 문체는 정말 부담스럽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북서풍이 몰고 가는 눈보라가 바다를 덮었다. 먼바다에서 바람이 방향을 바꾸어 부딪힐 때마다 눈보라는 뒤엉키며 회오리쳤고, 잿빛 섬들이 회오리 속으로 불려갔다. 수면을 훑는 바람이 밀물로 달려드는 물결을 거꾸로 때리면 뒤집히는 물결이 곤두서면서 흰 칼날들이 일어섰다. 포구에 묶인 배들이 서로 뱃전을 부딪히면서 비꺽거렸고, 배를 끌어올린 장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언 몸을 녹였다."
김훈의 글은 젊고 힘이 있으며 강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상황에 대한 극도록 섬세한 묘사와 멋부림(?)으로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특히 그는 개인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피동형('~되어지다' 등의 표현)의 문장을 너무나 즐겨쓴다. 쓰다보니 서평이 아니라, 문체평이 되었군...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매력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초등학생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성웅 이순신의 알려진 공적 너머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고뇌와 죽음을 맞는 자세, 거대한 적을 맞이하는 무장(武將)의 두려움, 현실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허무를 이보다 더 빛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회사 선배로부터 '단호함 뒤의 여림보다 부드러움 속의 丹이 되길 바란다'는 메모와 함께 이 책을 선물받았다. 내가 겉으로 너무 단호박으로 보였나, 아님 대놓고 개겼었나??
마지막 순간까지 장군의 뼛속 심연에서 징징징, 울던 칼을 생각하며... 머릿 속이 복잡하다.
생각의 나무,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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