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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자신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니 특별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게 당연하지...
어쨌든 이 책은 제목이 특이해서 옛날부터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말에 집에서 뭐 좀 읽을 거리 없나하고 이것 저것 뒤지다가 동생 방에서 발견.
지은이의 어린 시절 박적골에서의 추억을 그린 부분, 특히 할아버지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기억이나 친구들과 둘러 앉아 똥누기놀이를 하는 부분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황홀하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오영수의 <요람기>가 생각나는 것은 시골 생활에 대한 나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그 '범버꾸 범버꾸'의 유쾌함 때문일까.
그러나 작가의 그 밖의 다른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큰 감동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의 인생 자체가 워낙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고고했다고나 할까. 이 글에서는 묘사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기억 중 지워버리고 싶고 벗어나버리고 싶은 부분을 굳이 '벌레의 시간'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정말 유별난 자존심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이 소설을 추천했다고 하는데, 나는 아마도 자전소설의 그 적나라한 감정의 표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모양이다.
아, 그리고 원래는 싱아가 뭔줄도 몰랐는데, 이 소설을 읽은지 며칠 지나지 않아 우연히 싱아를 먹어보게 되었다.(삼청동 조앤리밥집에서 민들레무침?인가 하는 음식에 같이 나왔다.) 쌉쌀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입 한 가득 확 퍼지는 것이 아주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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