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코로나와 재택근무 Work From Home

호랭Horang 2020. 8. 10. 16:09
반응형

코로나는 우리의 많은 일상을 바꾸어 놓았지만, 그 중 내 생활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재택근무 (이하 WFH, Work From Home)가 아닐까 싶다.

나는 3월부터 WFH을 시작했는데, 어느 덧 반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5월까지, 그 다음에는 10월까지로 연장되었다가, 지금은 전세계 아마존 오피스가 공통으로 내년 1월까지 연장된 상태이다. 국가/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른 부분도 있는데, 도쿄 오피스는 꼭 필요한 경우, 원하는 사람에 한해 매니저에게 미리 승인을 받고 출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오피스에 들어갈 때 체온을 재야하고 하루종일 마스크를 하고 있어야 하는 등 답답하고 불편한 점도 많아, 실제 출근하는 인력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부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일하는 부서같은 경우는 일평균 부서원의 10~20% 정도가 출근하고 있다. 집에 아이들이 있어서 일할 환경이 안된다든지, 인터넷 접속에 문제가 있어서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이지만, 그렇다, 일본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 인터넷 왕느려...), 아니면 기분 전환 등 그때 그때 이유는 미리 매니저와 상의하여 출근 여부를 결정한다. 

 

IT 회사들 중 일부는 영구적인 WFH을 결정하기도 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화끈하게 결정해주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나는 홋카이도로 이사가서 일을 하겠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아마존이 다른 IT회사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한데, 우리는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상거래 회사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물리적으로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도 많고 또 물류센터와 그 직원들을 Support 하기 위한 Shared service 조직들도 그 점을 고려하여 업무 계획을 짜야 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모두 재택근무"라는 정책은 회사 특성상 내리기 어렵다. 

WFH을 시작할 무렵에는 머지않아 WFH이 끝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노트북 하나 달랑들고 집에 왔지만,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아 키보드와 마우스도 구매했다. 내 경우, 모니터는 원래 집에 개인용으로 쓰던 27인치 모니터가 있어서 회사 노트북에 연결하여 쓰고 있지만, 없는 경우는 회사에 있는 모니터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새로 구매하는 직원들도 있다. 내가 요즘 아쉬운 것은 업무용 의자다. 앉아있는 시간이 워낙 길어지다 보니 원래부터 허리가 안 좋은 나로서는 아주 곤욕이라 좀 괜찮은 녀석으로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비용이긴 하나, 아마존에서는 Frugality (검소함)이 주요 리더쉽 덕목이라, 클릭을 망설이고 있는 중... 일단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사내에서 WFH은 활성화 되어 있어서,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었다. 다만, 이제는 '필요할 경우에 잠깐'이 아니라 WFH이 Normal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WFH은 오피스와 집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나는 원래 WFH을 선호하지는 않았었다. 회사에서는 아무리 바쁘게 일하더라도 일단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가능하면 아주 급한 메일 아니면 읽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자 (잘 안되는 날도 많았지만, 일단 의도는 그랬다) 했었기 때문에, 일단 물리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한번 끊고 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WFM을 시작하면서는 저녁을 먹고도 다시 책상에 앉아 일하고, Face to face라면 잠깐 얘기하고 끝낼 일도 서로 시간을 맞추어 회의를 잡아야 하니 회의도 너무 늘어나고, 급한 경우에는 저녁에도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생기고 하니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온라인 커머스에 대한 수요 자체가 늘어나면서 아마존 비즈니스 전체가 엄청나게 과부하 걸린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전에 없던 업무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다시는 번아웃 되면서 일하지는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고 한국을 떠났으나 그 결심이 무색하리만치 휴식없이 일을 하는 나를 보면서 혹시 내가 워커홀릭이 아닐까 라고 의심하게 되었다. (나란 인간 자체가 그런 줄도 모르고 그동안 회사탓, 회사욕만 실컷 했었으니 내가 스쳐갔던 회사들에 잠깐 미안해진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신경쓰고 있는 점 중의 하나는 팀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멘탈 관리(?)이다. 회사에 있으면 자리에서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동료와 얼굴보면서 가볍게 농담도 할 수 있고 업무 상담도 빠르게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에겐 그 모든 일들이 너무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실제로 부서원 중 한명은 독신 남성인데, 회사에 나오지 않으니 회의 이외에는 하루종일 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게 되어 너무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 후일 그는 결국 고향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서 일하게 된다. - 따라서 비록 떨어져있지만 동료들에게 관심을 갖고 서로 업무건, 비업무건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잡담회나 커피챗, 버츄얼 회식 (맥주, 와인 등 각자 원하는 음료들고 화상으로 얘기하면서 마시기. 하면서도 참, 용쓴다..., 라고 생각) 등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으나 이 마저도 WFH이 길어지면서 참가자가 급격히 줄고 시들시들 해지고 있다. 아마도 다들 WFH과 과중한 업무량에 점점 지쳐가면서 빨리 일을 끝내고 그냥 개인시간을 갖고 싶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WFH에 이미 완벽히 적응하여 서로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스스로 매니지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일까. 회사 차원에서도 카운셀링 센터 등을 마련하여 혹시 개인적으로, 업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법은 마련해 놓기는 했지만 얼마나 이용되고 있고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코로나가 장기전이 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원칙을 세워 현명하게 WFH 생활을 유지하는 궁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