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비즈니스 글쓰기와 보고 스킬 (1편)

호랭Horang 2020. 11. 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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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글쓰기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지만, 사실은 전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14년 동안 사업기획, 상품기획, 마케팅 기획 등 '기획'자 붙는 부서는 많이도 돌아다녔기 때문에 사실 그 시절이야 말로 누구보다도 많은 보고서, 기획서를 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삼성인의 글쓰기 편이라고나 할까? 

 

 

아마존의 글쓰기 Writing Docs at Amazon

일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간단하게는 이메일부터 시작해서, 보고서, 기획서, 제안서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회사에서 수많은 글들을 쓰고 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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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글쓰기는 조금 다르다. 일단 영어와 한국어... 라는 너무나 큰 차이는 차치하고서라도, 선호하는 표현 방법과 전달하는 상황 등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보고서 때문에 선배들로부터 많이 깨졌었고, 또 내가 후배들을 엄청 괴롭히기는 입장이 되기도 했었다. 그때 들었던 잔소리, 그리고 내가 했던 주옥같은 조언들 (내로남불)을 종합하여 보고서 작성법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위에서 삼성인의 글쓰기라고 언급했지만 사실은 어느 회사에 있든 어떤 글을 쓰든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내 글을 읽을 독자가 누구인가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보아야할 질문이다. 상사로부터 어떤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써오라고 지시를 받았을 때, 넵! 하고 그냥 자리로 돌아와서 다짜고짜 키보드를 두들겨서는 안 된다.

보고서는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쓰는 글이다.

이 보고서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될지,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보고서 작성의 첫걸음이다. 목적과 상황, 그리고 청중을 안다면 그에 맞는 보고서의 톤 (내부용인지 고객용인지, 엔지니어 대상인지, 마케터 대상인지 등등), 포맷 (상세한 워드가 좋을지 vs. 차트와 그림이 들어가는 파워포인트가 효과적일지), 레벨과 분량 (경영진 대상의 하이레벨 보고서인지 vs. 실무자 대상의 상세한 내용 공유일지) 등 보고서의 방향과 효과적인 전달 툴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목차와 스토리라인.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백지 워드를 열어놓고 있는 순간. 가장 두근거리는 시간이기도 하고, 가장 막막한 시간이기도 하다. 

먼저, 글의 전체적인 목차와 스토리라인을 구상해보자. 스토리라인을 잘 잡는다면 보고서의 50%는 이미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경우는 이 단계에서 아마존식의 내러티브 Narrative를 적극 활용했었다. 그때는 아마존이 이렇게 보고서 쓴다는 사실 조차 전혀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게 바로 그거였다. (응?) 내가 이 보고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주제와 그 결론을 내기 위한 주요 흐름 (그, 왜, 기승전결이라고 다들 알잖아요??)을 기술해본다.  

파워포인트로 작성하는 보고서도 마찬가지로 이 단계를 꼭 거쳐야 한다. 파워포인트라고 해서 다짜고짜 그림과 표부터 붙일 생각 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중요한 보고의 꿀팁이 있다. 스토리라인을 완성했다면, 이 단계에서 상사와 한번 조율, 초기 보고를 한다. 물론 보고서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보고'라고 부르지 않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해보자. "스토리라인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종이 한 장을 들이밀고 당신이 어떤 보고서를 쓸지 간략히 설명한다. 물론 대판 깨질 수도 있다, 아니 대판 깨질 확률이 꽤 높다. 그런데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심혈을 기울여 다 쓰고 나서 가져갔다가 개박살 나고 이 산이 아닌가봐, 돌격 저 산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당신에게 그 보고서를 주문한 상사는 이미 다 계획이 있다! 상사의 아이디어를 주워 담자. 

+ 우리 상사는 아이디어가 쥐뿔도 없어요...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른다. 그 마음 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가서 뭘 쓰고 싶으신 거예요? 라고 물어보면 야 그건 네가 생각해 와야지!!! (꺼져!!!), 라고 할 것이다. 당신이 뭐라도 한 장 들고 간다면, 그걸 신나게 (?) 깨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비로소 할 것이다. 암요 암요. 

핵심부터 쓴다

스토리라인 단계를 통과했다면, 이제부터는 당신의 글빨을 발휘해서 일필휘지 각 단락의 핵심 문장을 쓴다. 

나는 입사 때는 훈민정음이라는 이제는 추억 속의 워드 프로그램을 썼었고, 퇴사 무렵에는 MS워드를 썼었는데, 쓰는 형식은 모두 같았다. 네모, 찍, 점. 무슨 말이냐 하면 바로 이거다↓

 

 

한 단락의 구성을 간략히 나타낸 그림이다. 먼저, 네모 □ 부분은 그 단락의 핵심 문장이 된다. - 에는 위에서 언급한 핵심을 부연 설명하는 내용이 온다. 그리고 마지막인 . 부분에는 위의 주장들을 백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만한 데이터, 경우에 따라서는 표 등을 넣는다. 

여기에서 핵심 문장을 쓰라는 것은, □ 부분만을 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 보라는 것이다. 앞 단계에서 쓴 스토리라인을 쪼개어 각 단락으로 나누는 작업을 해본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파워포인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 슬라이드 Head 부분에 이 페이지에 무슨 내용을 담을지를 써보면 된다. 

말로 신나게 잔소리 할 때는 쉬웠는데, 쓰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네. 오늘은 여기까지. 2편에서 계속. 

 

 

비즈니스 글쓰기와 보고 스킬 (2편)

지난 편에서는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계획 단계 (스토리라인을 확정하고 핵심 뼈대를 만들기)에 대해 설명을 드린 바 있다. 오늘은 실제로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과 마무리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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