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해외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 해외 취업 FAQ

호랭Horang 2020. 8. 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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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력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어떻게 일본에서 일을 하게 되었나? 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국내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왔고, MBA 마저도 국내에서 졸업한 정통(?) 국내파이다. 해외법인이 많은 글로벌 회사에 다녔었지만 그렇다고 해외 주재원 생활을 했던 경험도 없다. 해외 경험이라고 하면 대학교 때 (아주 먼 옛날, 20년도 넘었네요)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한다고 7개월 살았었고, 전 회사에서 지역전문가로 일본에 1년 살았던 적이 있으나 이것도 벌써 12년 전이다. 한편, 출장이나 여행은 워낙 많이 다녔었기 때문에, 딱히 외국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기는 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옛말 틀린 것 없...

Q: 해외취업을 생각하게 된 동기는?
A: 사실 결심 동기를 얘기하면 다들 농담인 줄 아는데, 결정적인 동기는 미세먼지였다. 어느 날, 퇴근 후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가 입안에 먼지가 서걱서걱 느껴졌는데, '아니, 회사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잠시 갖는 개인 시간에도 왜 이런 저질 삶을 살아야 하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그전부터 이미 여러 가지 상황들이 슬슬 맘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는데 계속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었던 차에 아마도 미세먼지가 뺨을 때려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에서 주재원 기회가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좌절된 이후에도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 

Q: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A: 꼭 일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원할 때 훌쩍 한국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참고로 한식 안 먹으면 힘들어하는 스타일임) 먼 나라들은 일단 고려하지 않았고 싱가폴/홍콩/일본이 후보였다.
싱가폴은 아무래도 외국회사들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많은 나라이니 Job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였고, 홍콩은 다양한 인종이 많이 몰려있으니 상대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물론 두 나라 모두 영어만 어느 정도 되면 일이 가능한 나라라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일본은 거리가 가장 가까워서 좋았다. 내가 일본어를 조금이나마 할 줄 알기 때문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일본으로 결정된 이유는, 아마도 그 당시 (2017년) 아베노믹스를 성공시키려고 아베가 용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일본 기업들이 채용을 늘렸던 때라 일자리 기회 자체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Q: 취업정보는 어떻게 찾았나?
A: 현지 헤드헌터들이 모이는 구인구직 플랫폼, 현지 취업정보 사이트 등을 주로 이용했다. 해외지사가 있는 한국 헤드헌팅 회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지 사정은 로컬 회사들이 가장 잘 알 거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현지 업체에 접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중요!)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비즈리치 https://www.bizreach.jp/ 라는 사이트에 나의 이력서를 등록해 놓았는데 헤드헌터가 내 이력과 원하는 조건을 검색하여 적절한 포지션이 있다면 연락을 준다 (거꾸로 나도 우수 헤드헌터를 검색해서 연락해볼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여러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관심있는 포지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프로세스는 삼 개국 공통이지만, 일본만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영어 이력서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본어로 된 이력서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일본 이력서 양식을 1도 몰랐기 때문에 헤드헌터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헤드헌터가 보내준 샘플을 보면서 내 일본어 이력서를 작성했었고, 물론 내 한자/일본어가 맞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교정도 요청했다. 헤드헌터들도 조건이 맞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어떻게든지 성사 가능성을 올려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 준다. Linkedin의 경우, 오히려 요즘에는 헤드헌터들이 연락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당시에는 한 건도 연락을 받지 못했었다. 

Q: 외국어 인터뷰 잘하는 방법이 있다면? 
A: 아주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초 영어, 기초 일본어는 해야 최소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가 있다. Native level의 현지어가 필수인 업무가 아니라면 회사 측에서도 외국인을 인터뷰하는 이상 언어가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 감안을 해주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유창함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할 수 있는가 라고 본다. 인터뷰라는 것이 그 사람의 경험, 경력, 성향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든지 내가 어필하고 싶은 이력 등 사전 준비가 가능한 문장은 미리 꼭 연습하실 것을 추천한다 (답정너 스킬 - 무슨 문제가 나와도 준비한 대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서 몰아가기).
문제는 상대방의 질문을 잘 이해하고 딴 소리만 안 하면 되는 것. 질문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제가 질문을 명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이런이런 질문이신가요?" 라든가 "이런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하면 대체로 친절하게 다시 풀어서 질문해주는 경우가 많다. 쫄지말자. 

 

 

Q: 인터뷰는 어찌어찌 통과한다 치더라도 실제 업무 할 때 언어가 부족하면 어렵지 않나? 
A: 솔직히 많이 어렵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대충 통하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그 경우는 우리는 보통 돈을 '쓰는' 입장이지, 돈을 '버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남의 돈 먹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와서 부딪히다 보면 24시간 외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이다 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금방 늘긴 한다. 남의 나라 말로 일하기 글 참고.

 

 

외국어(영어, 일본어)로 일하기 요령

회사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일본어와 영어다. 예전에 회사 All hands (경영현황설명회 같은 전체 직원 모임)에서 들었던 바로는 Japan office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출신 국적은 50여개국 정도라

minyoungs.tistory.com

 

Q: 학력은 얼마나 중요한가?
A: 학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내 취업의 경우가 훨씬 까다롭다고 본다. 나는 국내에서 너무나(?) 유명한 학교인 S대 학부와 K대학원을 졸업했는데, 한국에서나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지 해외 가면 다들 잘 모른다. 일본에서만 해도 내 졸업 학교명을 듣고 놀라는 사람은 1도 못 봤다. S대? 이름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아. 국립대면 꽤 괜찮지? K대? 이름 쫌 어렵네, 쏘리 벗 듣보잡... 거의 이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글로벌 회사들이 많아서 미국/유럽에서 공부한 애들이 넘쳐난다. 우리가 미국에 있는 대학 이름은 알아도 가까운 동남아에 있는 대학들 이름 잘 모르는 것과 같은 느낌 아닐까 싶다. 학교 자체보다는 경험과 경력, 실력 그리고 회사와 Fit이 잘 맞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A: 요즘 외국계 IT회사들은 화상면접을 많이 하니, 가능하면 일단 인터뷰를 한번 경험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인터뷰도 연습이 필요하고, 그 연습이 실전 연습이면 더욱 좋기 때문이다. 꼭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인터뷰를 하면서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내가 무엇을 어필해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나중에 진짜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오픈 포지션이 있을 때 훨씬 인터뷰를 잘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는데 (일본 자동차 회사 T사 ㅋㅋ) 이 회사는 화상면접은 안되고 어떻게 해서든지 현장 면접을 해야겠다고 하길래, 그럼 일정만이라도 주말로 잡아달라고 부탁해서 내 돈으로 주말에 비행기 타고 가서 면접하고 바로 온 적도 있다. 물론 그때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그때도 많이 배우고 느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수업료가 많이 들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아수라장이 끝나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그때를 노리고 있다 (노장투혼). 

+ 해외취업, 일본 취업에 대해 질문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거나, 나중에 추가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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