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아마존의 글쓰기 Writing Docs at Amazon

호랭Horang 2020. 9. 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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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간단하게는 이메일부터 시작해서, 보고서, 기획서, 제안서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회사에서 수많은 글들을 쓰고 또 읽는다. 어떤 글을 주로 써야 하느냐는 회사의 성격이나 문화에 따라서 많이 다를 것이다. 심플하게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서 쓰는 글, 자세한 논리와 데이터를 많이 넣어 설명하는 글, 그림과 예시 등을 중심으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 하는 글 등 목적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글을 쓰게 된다. 

아마존에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회사내에서 주로 쓰는 글은 Narrativ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줄줄이 풀어쓰는 서술이다. Narrative 형태로 쓰여진 Document는 목차나 기호, 그림 등은 없이 완전한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보고할 내용이 간단한 것이면 한 장 내지는 두 장 (1-pager 또는 2-pager라고 부른다), 아무리 길어도 별첨을 제외한 본문은 여섯 장 (6-pager)을 넘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회의 시작과 함께 모든 참석자는 혼자 조용히 글을 읽기 시작한다. 6-pager의 경우 다 읽는데 보통 30분 정도가 걸린다. 모든 참석자들이 글을 읽고 나면, 바로 토론이 시작된다. 회의 발제자가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를 한다든지 하는 과정은 없다. 오로지 각자 읽고 숙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의 생각을 말하거나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다.  

어떻게 글을 써야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부연 설명없이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1. 간단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장황하고 긴 문장은 피하고 가능한한 간략하게 쓴다. 사실 할 말은 많은데 이걸 한두 장으로 표현하려면, 정말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제외하고 핵심만 써야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명확하게 써야한다. 수동태를 피하고 능동형 문장으로 주어를 명확하게 하라는 가이드가 있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건 지금도 너무 어렵다. (이상하게 영어만 했다하면 수동태를 너무나 쓰고 싶어! 왜지? 왜 때문에?) 그래서 내가 주로 택하는 방법은 수동태를 쓰더라도 문장 맨 마지막에는, 특히 추가 Action이 필요한 경우, Owner와 예상일정을 병기하는 것이다.  

Write Like an Amazonian (출처: Linked in)

2. 객관적인 데이터로 말한다 

부사를 피한다. 부사를 넣고 싶은 자리에는 그 부사를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넣는다. 미사여구만으로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데이터 얘기는 나중에 한번 별도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마존에는 정말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이 수많은 데이터 중 내 생각을 뒷받침 할 만한 수치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게 힘들어서 문제지만. 데이터로 말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Write Like an Amazonian (출처: Linked in)

3. 알아듣기 쉽게 

어려운 전문 용어는 쓰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완벽한 진실은 아니며, 약어(acronym)는 정말 많이 쓰긴 한다. 심지어 사내 wiki에 약어집이 있을 정도로 많은 줄임말들이 있다. 하지만 약어를 쓸 때, 항상 처음에는 꼭 풀어써서 독자가 헤매지 않도록 배려한다. 

Write Like an Amazonian (출처: Linked in)

4. 우리, 왜 모인거지?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모든 문서는 Purpose of this document로 시작한다. 우리가 오늘 토론할 주요내용과 목적이 무엇이며, 토론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되어야 할지, 이 회의를 통해 어떤 의사결정을 원하는지 서두에 정의하고 시작한다. 모든 글이 마찬가지지만, 스토리라인이 중요하다. 좋은 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글의 목적을 상기하면서 줄거리와 핵심 메시지의 흐름을 결정한다.  

*****

사실 어떻게 보면 아주 기본적인 원칙들인데, 글을 쓰다보면 은근히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생각,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화려한 PPT 기술이나 그림, 언변으로 치장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한지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이해해야만 한다.

좋은 보고서가 탄생하기까지는, 물론 여기도 수많은 사전 리뷰 회의들이 있고 빨간 펜 선생님들이 있다. (일본말로는 리뷰의 유령들이라고 하던데, 암튼 MS워드의 Review/Comment 기능을 이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써봤다ㅎ) 모든 초고는 걸레니까. 하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걸로 시비거는 사람은 없다. 괄호를 쓰기 전에 한칸을 띄우라는 둥 말이다.

 

관련글: 보고서 작성 꿀팁과 보고 스킬 (부제 삼성인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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