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미국 회사에서 승진하려면? 커리어 플랜과 프로모션

호랭Horang 2020. 9. 26. 20:39
반응형

외국 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입사 후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얼마나 잘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연고도 없는 외국까지 나와서 밥 벌어먹고 살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하고 한국 회사며 집이며 다 정리하고, 말도 잘 안 되는 동네에 와서 개고생 해서 겨우겨우 자리 잡았는데,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도 정말 엄청나게 속 쓰릴 일이다.

나는 도쿄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회사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소개할 평가나 승진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은 아마도 전통 일본 기업보다는 외국계 회사에서 기회를 찾는 분들에게 공유할 만한 내용이 될 것 같다. 

 

 

외국계 회사는 근속년수가 올라간다고 해서 자동으로 승진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목표, 가치관 등에 따라 Career path가 달라진다. 현재 하고 있는 Individual contributor로서의 커리어에 만족하고 계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 ('돈도 싫고 출세도 싫어요'파 또는 '매니저 귀찮아요'파), 또 언젠가는 Manager가 되고 싶긴 하지만 당분간 육아 등으로 여력이 없어 현재는 프로모션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 사람 ('아이가 어려서 당분간은 개인 삶에 집중하겠습니다'파), 그리고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고 Manager track으로 가서 Leader로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이글이글 야망가'파). 여기서부터가 아마도 한국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의 시작일 텐데, 나도 그동안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서 보고 상당히 놀란 점이기도 하다. 나이가 지긋한 분인데도 Individual contributor레벨로 일하고 있다든지, 젊은 Director나 VP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다들 나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야말로 Rank-driven이 아닌 Role-driven 문화다. 

 

그런데, 일본 오피스 뿐만 아니라 미국 오피스에서도 임원급 등 High level position에 있는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비율상 미국 사람이 가장 많은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인도 사람이나 중국 사람은 어느 조직을 보더라도 상당수 Leadership 포지션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유독 한국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인의 숫자 자체가 워낙 적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신입사원이나 MBA 졸업자의 경우, 한국 사람은 꽤 많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다른 나라 애들보다 공부도 잘하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일도 빠릿빠릿 잘하고 확실히 Individual contributor로서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좋은 시작을 훌륭한 Career path로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필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라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날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의 갈 길을 가는 한국분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의 승진 결과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라고 걱정하거나, 또는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자랑하는 게 낯 간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열심히 묵묵히 일하지 마라." 이 말은 사실 내가 전 회사 (한국 대기업) 꼰대 부장 시절 후배 직원들에게도 많이 했던 말이다. 묵묵히 일하는 것은 조직생활에서 미덕이 아니다. 윗사람은 바쁘다. 물론 바쁜 와중에도 부하직원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알아서 챙겨주는 훌륭한 상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묵묵히 일하면 모른다. 묵묵히 열심히 일했는데 몰라주면 내 책임이고 결국 내 손해다. 하물며 미국 회사에서는 이런 어필은 더더욱 중요하다. 내가 열심히 오랫동안 엉덩이 붙이고 코피 터지게 일하면 상사가 알아주겠지가 아닌, 어떤 결과/성과를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어려움과 문제가 있었지만 이렇게 해결했다 라고 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Attention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자신의 Career plan을 생각해보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현재 일하고 있는 부서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부서나 다른 회사로 가는 중장기 계획까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나 자신도 이렇게 중기 계획을 세우고 일하는 타입은 못되기 때문에 내가 이런 조언을 하기는 좀...  우선은 단기적인 것부터라도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일/프로젝트를 경험해왔고, 나에게는 어떤 강점과 어떤 보완할 점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해보고 싶은지 우선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 장 정도 Written으로 써보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이 단계가 필요한지는 다음 단락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매니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대로 근무년수가 올라간다고 해서 연차에 따라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어떤 계획과 커리어 목표를 갖고 있는지 매니저와 얘기하지 않으면 매니저는 모른다. 절대로 모른다. 조용히 아무 말도 안 하면, 아~ 00는 이 포지션을 좋아해서 성과를 내고 만족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물론 좋은 평가까지 받을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도 안된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Manager level로 올리는 경우는 "절대 없다"라고 보면 된다.
분기별로 한 번, 시간이 안된다면 적어도 반기에 한 번 정도는 매니저와 Career discussion을 하자. 매니저가 그 얘기를 하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갑자기 어색하게 그런 얘기를 꺼내도 될까? 오버 아닐까? 이런 걱정은 넣어두라. 자신의 Career는 자신이 Own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꺼낸다면 오히려 매니저는 반길 것이다.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팀원의 Development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바쁜데 갑자기 뜬금없이 문 두드리고 들어가서 다짜고짜 얘기 좀 합시다 내지는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건 아니다. 언제 언제쯤 (예를 들어,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는 매분기말, 이런 식으로 미리 서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커리어에 대한 상담을 하고 싶다 이렇게 미리 운을 띄워놓으면 서로 부드럽게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 

특히 매니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꼭 피드백과 조언을 요청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그대로 다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향후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뭐가 더 필요할다고 생각하는지 매니저의 피드백을 듣고 난 후, 다음 면담 때 내가 그 피드백받은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좋다. 또 내가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 해나갈 계획인데 이 부분에서 혹시 당신이 이렇게 Support 해 줄 수 있어? 라고 매니저에게도 자연스럽게 조언을 구하면서 매니저를 나의 서포터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외국계 회사의 승진에 있어서는 매니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영향력을 넓혀라

연차에 따른 승진이 없기 때문에, 결국 Promotion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내가 한 일의 성과, 내가 주변에 미친 영향력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나의 직속 상사 뿐만 아니라 관련부서 매니저들의 나에 대한 평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존에서는 승진 심사를 할 때 매니저 이외에 나의 Promotion을 Support 해주는 7~10명의 추천이 필요하다. 물론 그중 일부는 같이 일한 동료가 되겠지만, 내가 승진하고자 하는 레벨 그 이상의 레벨에 있는 사람들의 추천도 꼭 필요하다. 사실 그렇게 높은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같이 일할 기회가 많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조금이라도 접점을 넓히고 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매니저와 Career 계획을 논의할 때 이 부분도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다. 그럼 나중에 그 부서와 일할 일이 있을 때 매니저가 나를 Assign 해 준다든지 하는 전략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한국의 문화가 지 자랑하는 것에 익숙지 않고, 묻어가면서 다 같이 열심히를 강조하는 문화이다 보니, 스스로를 어필하고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똑같이 일하고도 실제 능력에 비해서 저평가 받는다면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의식적으로 자꾸 시도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감이 잘 안 온다면, 미국 애들이 어떻게 하는지 좀 관찰하는 것도 좋겠다 (참~ 말 많은 애들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세련되게 징징대 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