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비즈니스 글쓰기와 보고 스킬 (2편)

호랭Horang 2020. 11. 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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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는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계획 단계 (스토리라인을 확정하고 핵심 뼈대를 만들기)에 대해 설명을 드린 바 있다. 오늘은 실제로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과 마무리 그리고 보고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비즈니스 글쓰기와 보고 스킬 (1편)

아마존의 글쓰기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지만, 사실은 전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14년 동안 사업기획, 상품기획, 마케팅 기획 등 '기획'자 붙는 부서는 많이도 돌아다녔기 때문에 사실 그 시절이야

minyoungs.tistory.com

 

숫자와 데이터는 보고서에 힘을 실어준다

네모 □ 부분의 작성, 즉 각 단락의 핵심 뼈대를 완성했다면 다음은 본문을 완성해야 한다. 지난번 글에서 - (두번째 레벨)와 . (세번째 레벨)으로 설명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여기에 핵심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과 근거를 추가한다. 나의 경우는 주로 두번째 레벨에는 부연설명을 추가했고, 그 다음에 데이터나 표를 넣어 그 설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성을 선호한다. 

데이터가 없는 보고서는 힘이 없다. 그런데, 숫자가 들어간 보고서라 할지라도 그 수치에 오류가 있다면? 보고서의 신뢰도는 급 하락한다. 또한 숫자의 실수가 반복되면 당신이라는 브랜드의 신뢰도가 급 하락하게 된다. A가 쓴 보고서는 숫자가 항상 틀리니까 한번 더 따져봐야 해라는 평판을 얻게 되면, 당신도 당신의 상사도 피곤해진다. 따라서 1) 숫자가 내 논리를 잘 뒷받침하는지, 2) 숫자에 오류는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Double check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데이터가 너무 방대한 경우, 본문에 데이터나 표를 다 넣어버리면 자칫 논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 내가 보여주려고 의도했던 부분이 아닌 전혀 다른 부분을 독자가 읽어버려서 토론이 삼천포로 흘러가 버린다면, 그 데이터는 내 보고서를 훌륭하게 뒷받침 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경우는 핵심 데이터만을 추려서 본문에 남기고 나머지는 Appendix 부록으로 별첨하는 것이 좋다. 

 

모든 초고는 걸레이다

헤밍웨이의 초고도 걸레일진데, 우리가 쓴 보고서가 첫 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 고민과 리뷰 끝에 좋은 글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의 창의성과 능력을 너무 신뢰해서는 안된다. 엉덩이로 글 쓰고 고민해라. 창조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보고서를 쓰다보면 어느 날은 영감이 너무 잘 떠올라(?) 글빨이 그냥 쭉쭉 나갈 때가 있다. 이럴 때를 조심해야 한다. 글을 쓰다가 내가 생각한 당초의 스토리라인 대로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쉬운 검수 방법은 네모 □ 부분만을 발췌하여 다시 읽어보는 것이다. 이 부분만을 읽었을 때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비약은 없는지, 내가 하려던 얘기가 논리적으로 잘 전개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오탈자는 글쓴이의 성의를 보여준다

내용이 중요하지 오타가 뭐 그리 중요한가요? 줄 맞추는게 중요한가요? 라는 질문을 하는 후배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보고서의 내용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주로 비유해서 하던 얘기는 '소개팅'이다.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고 소개를 받고 나간 자리. 그런데 상대방이 옷에 김칫국물이 떨어져 있고 머리가 눌린 채로 나왔다면 어떨까. 내면이 제 아무리 진국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면을 더 알아보고 싶어 지던가? 그냥 정이 떨어져서 여기까지 빠이빠이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물론 이 단계를 참고 넘어가서 얘기를 하다보니 상대방의 진가를 발견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상당히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당신의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인내심을 굳이 시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탈자는 내용이 너무도 괜찮고 충실한 내 보고서의 가치를 깎아먹고, 내 보고서를 더 이상 읽고 싶지 않게 만드는 방해꾼이다. 우리는 굳이 첫 대면에서 점수를 까먹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중간보고가 중요하다

3일만에 70%로 보고할 것인가, 일주일 걸려 100%의 완성도를 달성할 것인가? 좋은 질문이고, 대답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답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전자를 권하고 싶다.

한 번에 OK 되는 100% 완성도의 보고서는 미안하게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간보고를 통해 피드백과 조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내 보고서를 냉정한 눈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 그런데 중간보고가 늦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나에게 보고서를 지시한 상사의 기대치가 높아진다. 아, 일주일이나 걸렸으니 철저히 조사하고 제대로 써왔겠군 하는 기분으로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진리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내 보고서가 단번에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빨리 중간보고를 하자.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목적도 있고, 또 피드백을 통해서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중간보고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상사가 아, 보고서가 어떻게 되어가려나 라고 궁금해 할 타이밍 또는 이보다 약간 빠르면 더욱 좋다. 보고서의  Scope에 따라서 전체 진행기간과 최종보고 일정이 결정이 될 텐데, 이 경우 중간보고를 언제 할지 사전에 상사와 협의를 하여 정해놓으면 가장 좋다. 

아놔,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70%를 완성해요?! 라고 반문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을 다 채우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까지 미처 조사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여기에는 어떤 어떤 내용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라고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언제까지 찾아서 완성할 것이라는 예상 일정과 함께. 

*****

고민과 리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좋은 보고서가 탄생한다.

읽고 나면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글을 쓰고 보고를 하는 분들을 의외로 많이 만나지 못했다. 실천과 실행은 늘 어려운 것이다. 아마도 신입사원 시절 누군가에게 배웠을, 또는 엄청 깨지면서 들었을 그 얘기들을 떠올려보며, 다시 한번 글쓰기와 보고하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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