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삶은 정한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되는대로 된다

호랭Horang 2020. 10. 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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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 쯤인가, 친구들과 점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노해정 선생님이라고 그 때 나름 역삼동에서 잘 나가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소오름~인데, 그 분 왈 내가 말년을 외국에서 보낸다고 했다. 아직 내 인생 말년은 아니지만, 그 때의 그 예언에 조금 가까워져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 때는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었고, 막연히 회사에서 해외주재라도 나가서 외국과 인연이 생길라나,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었다.


불혹을 넘긴 이 나이에, 생판 연고도 없는 나라에 와서,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잡일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다. 딱히 목표를 세운 적도 없다. 계획적으로 뭔가를 한다기 보다는 마지못해 끌려다니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패턴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마지못해 끌려다니며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와중에 좋은 분들, 좋은 기회들을 만났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뭔가 새로운 걸 확 결정해버리는, 그야말로 되는대로 살아버린 삶이랄까. 

예전에 유정식님의 컨설턴트로서 나의 경력을 마무리지으며 라는 글을 읽고, 맞아 맞아 라고 주억거리며 다시금 내 삶의 태도에 관한 확신(?)과 꺾이지 말아야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었다. 

제2의 경력을 요구받는 때에 ‘되는 대로 되려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크고 작은 기회를 무시하지 말고 적극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이것 때문에 안돼’, ‘이건 내가 할일이 아냐. 난 잘 알지 못하니까’라고 관심을 끊어서는 안 된다. 자기가 ‘그럴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기회들이 노크를 한 것이다. 노크 소리를 들으면 문을 열어 주듯이 그 기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하면 된다. 해보고 재미있으면 계속 하면 된다. 

 

그런데 올 한해를 돌아보면, 내가 이런 것을 놓치면서 때를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거야, 라고 지레 겁을 먹고 응답하지 않았던 노크였던 것 같다. 외노자로서의 위축이 나도 모르게 아직도 남아있었던 건지.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에게 제안이 왔었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설사 아니라손 치더라도 그럼 해보고 나서 역시 아닌가베, 그냥 저 안 할래요 하면 되는 거였는데. 내가 언제부터 내 앞길을 그렇게 계획한대로 정한대로 살았다고 그랬을까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때는 늦었고 버스는 떠났다.  

사람들은 자기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나와 오랜시간 함께 해 온 상사가 나에게 새로운 업무를 권할 때는 말도 안되는 소리 같더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도 비즈니스 원투데이 하는 사람이 아니고, Risk taking을 하면서 결정한 일이다. 많이 고민한 끝에 내가 적임자라고, 해낼 능력이 있다고, 아니 최악의 경우라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판단해서 제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0월이 저물어가고 올해도 벌써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급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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