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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다소 도발적인 이 제목은 사실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하고 중요하다. 나와 전혀 다르게 살아온 타인과 결혼이라는 울타리로 들어가 함께 살아가는 것, 쉽지 않은 결정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용감하게 그 선택을 감행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 침대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가 하는 회의가 드는 순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았다면 이 질문은 충분히 의미심장하다. 길게는 5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한 사람과 살면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몇 명이나...?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을진대, 결혼이라는 제..

보다 2007.09.18

(아주 괘씸한) 내 남자...의 여자

명색이 TV관련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나는 실은 거의 TV를 보지 않는다. 아니, 않았었다. TV를 보는 행위 그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퇴근도 워낙 늦어 일정한 시간에 뭔가를 본다는 것이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고 요즘 밤늦게까지 TV채널 돌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남자의 여자. 거참, 제목부터 얄궂다. 요 드라마는 처음부터 챙겨보진 않았다. 중간중간 건너뛰어 너댓편 정도를 본 것 같은데, 뭐 중간에 몇 편 빼먹어도 대충 이야기는 연결되더라. 그럼 열심히 보지도 않은 드라마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어 그러느냐. 요부로 변신한 김희애의 연기라든지, 아줌마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하유미의 격투기라든지, 언제나 그렇듯이 자극적인 김..

보다 2007.06.25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척하다 보니 진심이 되어버렸구나." '스캔들'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미숙의 요부 역할에 대해서 사람들이 극찬을 할 때, 그리고 첫장면에 나오는 배용준의 탄탄한 허벅지에 대한 감탄을 들었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요부의 사랑게임 이야기 이거나 상류층의 어두운 이면을 풍자한 영화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본 스캔들은 섹스도 아니요, 사랑도 아니요, 풍자도 아니요, 에로티즘을 빙자한 사회비판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스캔들은 질투와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관한 씁쓸한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이다. 조씨부인은 남편의 16세 소실을 질투하고, 조원의 사랑이 된 숙부인 정씨를 질투한다. 조원은 자신의 오랜 사랑인 누이와 관계한 권도령을 질투하고, 숙부인 정씨의 시동생은 형수를 가진 조원을 질투하고, 권..

보다 2007.06.17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3 - 세상의 끝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1, 2편을 모두 보지 못했다. 그래서 전작에 비해 어떤지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 다만 혹평이 많다고 들었다 - 3시간이 전혀 지겹지 않았다. 흥분과 재미, 대담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잭 스패로우(조니뎁). 완전 반했다. 조니뎁이 원래 매력적인 남자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잭 스패로우는 그야말로 최고! "이 영화의 포인트는 자유다. 우리에 갇힌 호랑이를 풀어주는 것. 중요한 것은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에 우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감독 : 고어 버빈스키(2007) 출연 : 조니 뎁, 올란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제프리 러쉬 음악 : 한스짐머 2007.6.2 죽전 CGV

보다 2007.06.06

[전시] 앤디워홀팩토리

사실 시작은 앤디워홀展을 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LEEUM을 보고싶다는 생각이었다. 인적이 드문 한남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현대적인 건축물을 호젓한 분위기에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고나 할까. 그런데 나의 이런 기대는 바로 저 남자, 앤디워홀의 유명세 덕분에 보기좋게 깨지고 말았다. 피카소, 마르셀 뒤샹과 함께 현대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앤디워홀.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관람을 하실 분은 가능하면 평일을 권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가 않다. 그는 천재다. 예술가로서의 천재성이라기보다도 사업가로서의 천재성이라고나 할까? 역시 '팩토리'의 사장답다. 원래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즐거운 오후. '07.5.27 리움

보다 2007.05.30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

몇 년 전 잘 나가는 남자배우들을 대거(!) 모아놓은 앨범 자켓으로 유명했던 컴필레이션 앨범 사진을 보았을 때, 흰 남방을 입은 유오성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흰 남방은 대체로 두 가지 이미지이다. 1. 빈티난다. 2. 진정 남자다. 그리고 나는 오늘 흰 남방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완소남을 발견한다. 치아키 사마!!! ♡.♡ 치아키는 처음에 보면 배용준같다. 차가운 무표정에 조각같이 연출된 듯한 미소. 그러나 그는 절대 망가지지 않는 욘사마와는 달리 엽기적인 표정 - 위의 사진이 치아키의 대표적인 눈 뒤집기 표정 - 도 잘 짓는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기이한 음악 천재들이 꾸며가는 이야기이다. 역시 원작은 니노미야 토모코의 만화.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을 딱딱하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

보다 2007.03.16

[영화] 플라이대디(Fly, Daddy, Fly)

위험에 처한 가족을 지키지 못한 소심한, 그러나 평범한 아버지 장가필(이문식). "힘"을 기르기 위해 회사도 휴직하고 열아홉살 싸움 고수인 승석(이준기)의 제자가 된다. 훈련 도중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의 즐거움도 좋았고, 승석의 완벽한 발차기 동작에 대한 놀라움도 좋았고, 마지막까지 링에서 쓰러지지 않고 태웅의 잽을 피해보려 애쓰는 짱가의 모습도 좋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까지 서글퍼지는 것은 짱가의, 아니 아버지들의 어깨 위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존재인가. 양손에 딸의 짐을 들고 병원 문을 힘차게 나서는 - 그것도 밝게 웃으면서 - 짱가의 양팔에는 모녀가 역시 즐거운 표정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철면피 같다. 손에 있는 짐이라도 하나 ..

보다 2007.03.16

[영화] 라디오 스타

박중훈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또 안성기라는 배우를 좋아하지만 박중훈과 안성기를 붙여놓으면 왠지 투캅스가 생각나 애초에 이 영화는 -10점이었다. 그런데 친구 둘이 이 영화를 함께 보고나와서 사귈 뻔 했다고 말해주는 걸 들으니 아무래도 투캅스를 보고 사귀는 것은 아닐 거 같아서 나도 속는 셈 치고 가서 봤었다. 별은 혼자 빛날 수 없다고 돌아와서 자기를 좀 비춰달라는 최곤(박중훈)의 방송을 들으며, 피곤에 골아떨어진 와이프 옆에 앉아 꾸역꾸역 팔다 남은 김밥을 먹고 있는 박민수(안성기). 눈물이 날 때 꾸역꾸역 뭔가를 먹는 장면은 진부하고 구태하긴 하지만 그래도 볼때마다 늘 여전히 목이 멘다. 다소 쉽게 찍으려고 한 부분은 있다. 관객의 감성에 철저히 타협하는 가벼움이랄까. 그러나 그것은 역시 제작자 출..

보다 2007.03.08

[영화] 나비효과

"만약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비효과는 모든 인간이 품고 있는 '만약...'이라는 의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완벽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반 (애스틴 커쳐). 에반은 자꾸만 과거에 집착한다.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조금 바꾼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타임머신 같은 일기장의 힘에 의존하여 매번 과거를 바꾸어보지만,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자신이 운명을 바꾸면 바꿀수록 더욱 더 자신과 주변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자기 파멸을 통한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을까. (박선생 이야기를 듣고 다시 찾아보니 극장판은 해피엔딩이라 하는구만.. 그렇다면 나는 감독판에 한 표. 해피엔딩이 어울리지 않는 상황임. 감독이 의..

보다 2006.08.08

[영화] 비열한 거리

모르겠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회식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오락실에 가서 한시간 동안이나 오락을 하고 나서도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극장에 갔다. 왠지 오늘같은 기분에는 유하 감독의 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정확히 맞았다. 가 인간의 폭력성이 탄생하는 순간을 그렸다면, 는 구체적이고 심화된 폭력을 묘사하는 유하 감독의 폭력시리즈 2탄이다. 삼류 조폭 병두(조인성)는 매일 매일 삶의 무게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비열한 - 그러나 너무나 인간적인 비열함을 가진 - 스물 아홉 청년이다. 병두는 "의리있는 건달"이라는 겉모습으로 식구들을 챙기지만 실상 그 내면 깊은 곳에는 치졸한 배신과 무자비한 응징을 기꺼이 실행할 수 있는 욕망을 품고있는, ..

보다 200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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