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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13

태섭아 울지마 <인생은 아름다워>

벌써 삼주째, 주말만 되면 엉엉 울고 있다. 왜냐고? 바로 이 녀석들 때문.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 도심에서의 시크한 생활들로만 포장되어 있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관광지 제주도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제주도를 보는 것은 우선 신선하다. 노부모를 모시며 펜션을 운영하는 부부, 의사인 큰 아들,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하며 펜션 일을 돕는 작은 아들, 리조트의 데스크에서 일하는 큰 딸과 대학생인 작은 딸. 평범한 인물들이고 단조로운 삶들이지만 안에서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최근 몇 회는 큰 아들 태섭(송창의)의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엄동설한 삭풍 속에 우리 애기 벗겨 세워놓지 말자."라는 태섭엄마 민재(김해숙)의 대사에서 김수현..

보다 2010.06.09

닫힌 시대에 열린 사회를 지향하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무수히도 많이 그리고 흔한만큼 무심히 들어왔지만, 특히 사극을 보고 있노라면 - 아무래도 드라마로 구성하다보니 극적 효과를 위해 특정 사건을 유난히 부각시킨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으나 - 그 옛날에도 서로를 물고 뜯고 밟고 올라서지 못해 안달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영 피곤하다. 그 때와 다를 바 하나 없는 오늘날의 정치판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조선 후기는 사회 전반에서 여러 문제들이 곪아 터지던 시기였다. 이에 대한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었으나 집권 노론은 자신들만의 특권을 강화시켜나갔고, 그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정파의 인물들은 심지어 국왕이나 세자까지도 탄압하거나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손에 의해 아버지 사도세자를 잃은 정조는 반란의 위협..

읽다 2010.06.08

스릴러, 반전의 압박에 시달리다 <시크릿>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던 어떤 행동들이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다. 용서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까. 성열(차승원)과 지연(송윤아)는 차 안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말한다. 우리는 이제 서로의 비밀을 말해야 한다고. 그렇지만 정말 서로의 시크릿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전과 같을 수 있을까. 같은 마음일 수 있을까. 흥미로운 주제다. 그러나 모름지기 스릴러라면 반전이 있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우리는 그걸 시크릿에서 본다. 기-승-전 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이 '병'. (ㅡ,.ㅡ) 우연히 퇴근버스 안에서 시크릿을 보게 었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내려야 할 정류장이 되었는데도 버스에서 내리기가 정말 싫을 정도였다! 이런..

보다 2010.05.22

여행, 그 한없이 설레게 하는 단어에 대하여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정영목 옮김/이레 지금은 잘 하지 않지만, 어렸을 땐 햇살이 맑은 날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움직이는 어떤 것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구경할 수 있어서, 창 밖의 풍경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라는 즐거운 느낌 때문에 차가 막혀도 지하철 보다는 늘 버스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버스가 나에게 주었던 느낌은 "떠난다"는 설레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 때 유행하던 광고 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뿐만 아니라 우리는 누구든지 떠나고 싶다. 한적한 시골에서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이기도 하며, 웅장한 건축물을 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며,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여.행.'이라..

읽다 2010.05.17

시간을 되돌린다면?! 일드 <프로포즈 대작전>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해 온 친구, 늘 옆에 있었고 너무 익숙해서 새삼스레 고백하는 것이 더 어색했던 친구 레이(나가사와마사미)가 오늘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지만, 결혼식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서 축사까지 부탁받은 마당에 켄(야마삐)은 더이상 무엇을 또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켄은 우연한 기회로 과거로 타임슬립을 해서 과거를 하나씩 바꿔갈 수 있게 된다. 켄은 사진 속 레이의 어두웠던 얼굴을 웃게 만들어주려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 야마삐 달리는 거 브래드피트만큼은 아니지만 쫌 멋짐. 달리는 거 멋있기 쉽지 않은데. -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사랑을 힘껏 전하려고 해보지만 결과는 늘 그대로이다. 그래도 시간을 돌리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그 공간에 가면서 알게 된다...

보다 2010.05.14

참 잘 했어요! (1)

어렸을 때 난 돈이란 인생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아예 사고의 틀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주제, 한마디로 무개념에 가까웠던 것 같아.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부유한 집안도 아니어서 그랬는지, 돈이라는 녀석과 내 삶은 별로 관계가 없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어. 누구의 말대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돈이니라... 뭐 이런거지. 게다가 내 사주를 보면 이상하게도 늘 돈 걱정은 안하고 살 팔자로 나오기 때문에 - 인터넷 사주의 정확성/신빙성 여부는 내 맘대로 깔끔히 무시해주고 - 더더욱 돈에 대한 갈망이라든지 욕구는 없었어.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우리 아이가 내가 부쩍 달라졌어요! 『모든 것은 배신하나, ..

쓰다 2010.02.19

나 다시 돌아갈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 이것은 열아홉살의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세상의 기준에서 많이 모자라다고 할 정도로 더럽게 못생긴 그 소녀는 소년과의 사랑을 통해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소녀뿐만 아니라 소년도 함께 서로의 빛을 밝혀간다. 그러나 이 소설은 "외모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연서(戀書)"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많은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끄러워야하고 힘들어야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하는 이 사회 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조금의 다름도 용납하지 않는다. 잘생겼는지, 예쁜지,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읽다 2010.02.07

한 외로운 사람의 아주 특별한 기록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배용준 지음 / 키이스트, 시드페이퍼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는 말한다. 일본에서의 어느 기자회견 중 "추천해주고 싶은 한국의 여행지나 명소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부끄러웠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고. 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은 곳을 직접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온 사람의 아주 특별한 기록이다. 국내에서는 배용준의 행보를 탐탁치않게 바라보는 눈도 많지만, 일본에서의 그의 입지는 사실 상상 그 이상이다. '아줌마들에게 인기 많은 유명 연예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틀렸다. 그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 전체가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 사는 동안 욘사마에게 감사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다 2010.01.31

불편한 현실, 그리고 독설 <싱글도 습관이다>

이선배 지음 / 나무 수 사실 이 책의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야, 너 이런 책도 읽냐?" 이런 핍박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쵸큼 부끄럽기도 해서였다. 주목받지 못할 위치에 몰래 꽂혀있던 이 책을 발견한 내 동생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책을 구해오는 것이냐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음... 물론 내가 굳이 이런 책을 열심히 "구해서"까지 보는 편은 아니고(움찔움찔), 언젠가 신문에서 본 북리뷰가 기억에 남아 읽게 된 것 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겠다. 이런 구차한 변명을 해야하는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리뷰를 올리는 것은, 아직까지 싱글인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남녀들에게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 물론 내용 중에는 정말 어이없고 짜증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읽다 2010.01.31

<고래> 스토리텔링의 힘!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차라리 이 소설을 끝으로 천명관씨는 글을 안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영화감독 장진은 천명관의 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은 좋은 작품을 대하게 되면 아~ 이 작가가 앞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써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재미가 얼마나 강렬하고 유니크한 것이었으면 저런 생각을 했을까. 장진 감독의 저 한마디에 이 소설을 한시라도 빨리 읽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 는 기존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파격, 다채로움, 개성, 낯설음, 자유분방함을 갖고 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능력이 부러워 샘이 날 정도로 흡인력이 있고 힘있는 작품이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의 삼대로 이어지는 여자들의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는 ..

읽다 20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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